[21세기키워드] 15. 웨보노믹스 (Webonomics)

1998년 4월 Priceline.com은 소위 'Name-your-own-price' 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는 항공편의 출발지와 목적지 등의 정보와 자신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고 Priceline.com은 이러한 조건에 항공권을 제공할 항공사를 찾아 거래를 성사시킨다.

이 사이트는 6주 만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접속되는 10대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됐고 올 9개월간의 매출액은 3억달러를 상회했다.

만약 고객이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이처럼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항공권을 판매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왜 기존의 상거래에서는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방식의 상거래가 웹상에서는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는 웹상의 상거래에서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기존의 시장에서와는 다른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웨보노믹스(Webonomics)란 월드와이드웹(WWW)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로 웹상의 상거래에서 소비자와 판매자의 행동을 지배하는 법칙을 일컫는다.

웹상의 시장에서 나타나는 법칙은 크게 '역시장(Reverse Market)' '네트워크효과(Positive Network Externality)' '수확체증(Increasing Returns of Scale)' 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역시장' 이란 판매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시장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제품 및 판매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제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등 상거래에서 소비자의 역할이 더욱 적극적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웹상의 정보를 무한대로 공유할 수 있는 반면 소비자의 정보수요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또한 웹을 통해 가능하게 된 소비자간의 광범위하고 빠른 정보교환은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소비자에게 힘을 실어주게 된다.

따라서 기업은 한정된 소비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 소비자에게 더욱 나은 정보.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고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거래를 하려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란 네트워크의 가치가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람의 수에 의해 좌우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가치는 구성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비선형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인터넷 사용자의 수, 웹사이트의 수, 웹사이트 회원의 수 등은 초기에는 서서히 증가하다가 임계점을 지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수확체증의 법칙이란 지식기반의 산업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강자는 더욱 더 강해지고 약자는 더욱 더 약해져서 승자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운영체제 및 사무용 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92%의 마진율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웹상에서 제공되는 제품.서비스.정보는 높은 고정비와 낮은 변동비 구조를 가지고 있어 시장점유율이 높고 운영규모가 클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네트워크 효과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을 더욱 더 유리하게 한다.

따라서 현재는 웹상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지만 대부분 도태되고 강자들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웹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매우 효율적인 시장공간으로 다가올 10년간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웨보노믹스는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고 생존을 가능케 하는 법칙인 것이다.

노상규(서울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