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마킹] 다국적 기업 조직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충북 진천에 있는 한국 다우코닝 만승 공장의 실란트(건축자재의 일종) 생산 계획 담당자인 이택수 과장은 출근 직후 미국 켄터키주 엘리자베스 타운 공장의 실란트 생산계획 담당자로부터 업무를 인계받는다.

李과장은 퇴근 시간이 되면 다시 영국 웨일스 베리 공장의 담당자에게 자신이 하던 업무를 넘긴다. 이처럼 다우코닝은 사내에 구축한 '세계 정보기술망' 을 통해 모든 프로젝트를 '태양이 도는 방향' 에 따라 24시간 단절없이 진행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에 대거 진출하면서 기업의 인사.조직 및 업무 시스템에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21세기 키워드인 글로벌화.정보화를 회사 경영에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특징. 다우코닝의 경우 최고경영자(CEO)인 해즐턴 회장이 매주 한번 오전 7시(미국 현지시간)에 아시아.유럽 등 해외 현지 책임자들과 화상 회의를 통해 경영 전반에 관한 아이디어를 논의하는 글로벌 회의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한국다우코닝의 황경수(黃京秀)사장은 "지역적 한계를 넘어 최단 시간 내에 가장 효율적인 생산 기획을 하고 전세계 고객들의 요구를 즉각 만족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경영 성패를 좌우하게 됐다" 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의 생활용품 제조사인 피앤지는 지난 7월부터 전세계에 걸쳐있는 자사 조직을 개편해왔다. 지금까지 단순한 지리적 필요성에 따라 나누던 해외 사업 조직을 상품과 생산 기지 단위로 새롭게 바꾸는 작업이다.

이에 따라 지역 담당자가 국가별 업무를 총괄해 온 피앤지는 기저귀 등 생산기지마다 책임자가 각각 임명되는 인사체제로 바뀌었다.

경영 컨설팅 전문업체인 앤더슨 컨설팅은 '헤쳐 모여 팀' 이란 특별 조직을 가동 중이다. 제각기 전문 분야를 갖고 컨설팅해온 인재들을 프로젝트별로 한시적으로 불러 모아 현지에 파견하거나 사내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다.

앤더슨 컨설팅 관계자는 "전자 상거래가 발달하면서 전통적 의미의 산업간 경계가 불투명해지는 추세에 따라 새로운 조직 개편을 모색 중" 이라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