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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중앙서울마라톤] 이선영, 부상 이기고 2연패 … “다시 도약할 계기 삼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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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가장 먼저 결승점에 도착한 이선영(25·안동시청·사진)은 눈물을 흘렸다.

“부상 때문에 대회 출전을 포기하려 했었거든요. 하지만 꼭 ‘완주’로 2009년을 마무리하고 싶어 대회에 나섰습니다. 테이프를 끊는데 ‘이젠 됐다. 잘했다’는 생각에 눈물부터 나오더라고요.”

환희와 절망이 오갔던 2009년, 이선영은 감격스러운 우승으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이선영은 1일 2009 중앙서울마라톤대회에서 2시간34분22초의 기록으로 여자 부문 1위(상금 1000만원)에 올랐다. 한국 최고기록(권은주·2시간26분12초)과 자신의 최고기록(2시간27분48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절망에 빠졌던 내가 다시 도약할 계기”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강원도 정선 사북초등교 6년 때 육상을 시작한 그는 2006년 마라톤에 입문했다. 첫 풀코스를 2시간36분27초에 달린 뒤 출전한 대회마다 자신의 기록을 바꿔 나갔다. 2008년 중앙서울마라톤에서 2시간29분58초를 기록하며 30분 벽을 뛰어넘었다. 승승장구하던 이선영은 지난해 8월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달리던 중 왼 발목과 발바닥 통증을 느꼈다. 그러면서 시련이 시작됐다. 35㎞지점에서 레이스를 포기했고 이후 골반 부상까지 겹쳤다.

그래서 이번 중앙서울마라톤에 나오지 못할 뻔했다. 하지만 소속팀의 오성택 감독과 상지여고 시절 은사 정만화 감독이 “완주를 통해 올해를 마무리하는 게 낫다”며 “기록에 대한 부담은 버리고, 끝까지 뛰어 보자”고 충고했다. 이선영은 “중앙서울마라톤은 내가 처음으로 2시간30분 기록을 깼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가장 좋아하는 코스라는 인연을 믿고 대회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선영은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 갔다. 25㎞ 지점까지는 김성은(20·삼성전자)에 뒤처졌지만 “내 페이스만 유지하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흔들리지 않고 뛰었다. 30㎞부터 선두로 나섰고, 가장 먼저 결승점에 도달했다. 대회 2연패다. 이선영은 “지난해 이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올해도 힘든 시기를 극복하게 해 줬다”며 중앙서울마라톤에 거듭 감사 인사를 했다.

각오가 이어졌다. “내 생애 아홉 번째 풀코스 도전이었다. 내년에 10번째 풀코스에서는 한국신기록에 도전해 보겠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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