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뷰] 코스닥 열풍 … 시가 총액 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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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5위인 새롬기술 주식을 팔면 두산.코오롱.동국제강 3개 그룹 상장사를 모두 살 수 있다.대양이엔씨 주식의 시가총액은 롯데삼강.롯데칠성음료.호남석유화학 등 롯데그룹 상장 4개사의 시가총액과 맞먹는다' .코스닥 등록기업의 주가가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엄청나게 오르고 있다.한편에선 미래가치에 대한 정당한 평가란 얘기가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수건 돌리기 게임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시가총액으로 본 코스닥 기업가치〓지난 10일 종가 기준으로 한국통신프리텔의 시가총액은 10조6천4백25억원. LG전자.LG정보통신 주식을 합친 것(10조2백30억원)보다 큰 액수다.

자본이나 이익규모는 어떨까. 한통프리텔의 자본은 1천7백억원. LG전자.LG정보통신은 합계 3조6천4백억원이다. 올 상반기 순익은 한통프리텔이 9백60억원 적자. 물론 초기 투자가 많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이에 비해 LG 양사의 이익규모는 1조2천억원에 육박한다. '한통프리텔 시가총액은 한빛.조흥.외환.하나은행을 한꺼번에 사고도 남을 만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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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폰 서비스 업체인 새롬기술의 10일 현재 시가총액은 1조9천7백40억원. 이는 두산 등 두산그룹 4개 상장사, 동국제강.연합철강 등 동국제강그룹 5개 상장사, 코오롱.코오롱상사 등 코오롱그룹 4개 상장사를 모두 합한 것과 엇비슷한 규모다.

새롬기술은 지난해말 자본총계가 28억원, 매출이 1백37억원, 이익 1억원에 그쳤고 종업원은 1백23명. 이에 비해 두산.동국제강.코오롱 그룹의 자본총계는 4조3천억원, 올 상반기 매출이 4조4천억원이 넘는다. 반기순익도 1천3백억원에 이른다.

기억력 향상 학습보조기구를 만들어 올 상반기 65억원의 매출을 올린 대양이엔씨의 시가총액은 9천5백40억원. 이는 올 상반기 매출 1조1천억원이 넘는 롯데삼강.롯데칠성음료.호남석유,롯데제과 등 롯데그룹 상장 4개사의 시가총액을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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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없나〓이같은 시장의 평가는 폭발적인 성장성 등 미래가치를 높게 산 결과인 만큼 자산가치 등 과거의 잣대로 비교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미국의 나스닥시장도 마찬가지란 것이다.

문제는 코스닥 등록기업의 주가가 미래가치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인지가 관건이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인터넷 관련 주식가치 평가는 주가매출액비율(PSR:주가÷주당 매출액)을 이용하는데 비율이 낮을수록 주가상승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인터넷 관련 코스닥 등록기업의 대부분은 워낙 매출이 작아 비율 산정이 별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LG증권 박종현 선임연구원은 "코스닥 주가는 성장성을 반영한 것이라기보다 폭발적인 수요가 가격을 올리는 경향이 강하다" 며 "적정주가에 대한 평가가 곤란하고 거래량이 제한돼 있는 만큼 한번 조정이 오면 충격이 클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름만 그럴 듯한 기업이 코스닥에 등록되거나 불공정 매매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있는 데다 코스닥 열풍에 편승, 소위 '묻지마식 투자' 가 성행하는 것도 문제다.

결국 투자자들이 기업을 고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는 얘긴데 이것이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제일투신운용 김지환 운용기획팀장은 "코스닥 기업의 자격심사 등 제도를 보완해 요건을 갖춘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게 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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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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