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한달] LG칼텍스 파업은 끝났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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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노조'라는 비판과 함께 고(故) 김선일씨 참수 동영상을 패러디한 퍼포먼스를 벌여 비난을 샀던 전남 여수 LG칼텍스정유 노조가 파업철회를 선언한 지 6일로 한달을 맞는다. 3일 현재 공장은 정상 가동되고 있는 등 겉으론 평온한 모습이다.

그러나 회사 측은 법과 원칙을 고수하며 선별적으로 노조원들을 복귀시키고, 이에 맞서 현장에 복귀하지 못한 일부 노조원은 출근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원칙론 고수하는 회사=노조는 지난달 6일 파업철회를 선언한 뒤 11일 회사 측의 요구대로 개별 복귀신청을 결정했다.

회사 측은 노조원들에게 집에서 대기명령을 내린 뒤 12일부터 개별적인 면담과 교육을 통해 현장에 복귀시키고 있다.

김용찬 LG칼텍스정유 생산팀장은 "면담과정에서 현장 투쟁 등 위장복귀를 해 직원들 간에 갈등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노조원은 복귀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633명 중 현장에 복귀한 노조원은 절반가량인 33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303명은 집에서 대기 중이며 이들이 불법 파업에 대한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을 경우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또 지난달 24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 파업 동안 회사에 1000억원 상당의 피해를 끼친 김정곤 노조위원장(구속 중) 등 노조원 29명에 대해 26억1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고 이들의 월급을 가압류하는 강경 조치도 취했다.

아울러 회사 측은 지난달 20일부터 강성노조원 71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조만간 해고 등 징계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범법행위가 명백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절대로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 마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정상가동=회사 측은 현장 복귀 노조원 659명과 엔지니어를 비롯해 비노조원 등 모두 700여명이 3조 3교대 근무로 하루 65만배럴을 생산, 100%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공장 시스템이 대부분 자동화돼 있기 때문에 최소인원으로도 정상가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조원 출근투쟁=3일 오전 8시30분쯤 LG칼텍스정유 정문. 이 회사 노조원 10여명이 회사 측 직원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노조원들이 출근을 시도하자 회사 측은 이들의 회사 출입을 막았다. 노조원들은 "노조 간부들이 대부분 구속돼 비대위를 구성, 정당하게 출근을 하는데 회사 측은 여전히 출입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전체 노조원이 참여하는 총회 등 정당한 절차 없이 구성된 비대위를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이들 노조원은 현장에 복귀한 노조원을 '배신자'로 매도하면서 노-노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노조 홈페이지에도 현장 복귀 노조원들에 대한 비난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여수=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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