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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손님 흑두루미를 위하여, 전봇대 280개 뽑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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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순천만 너른 갈대밭엔 ‘사르륵’ 하는 소리가 무성했다. 바람에 휘청이는 갈대가 서로 몸을 비비며 내는 소리.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와 유지태가 채집하던, 자연의 속삭임이었다.

갈대밭 옆으로 길게 이어진 갯벌 바닥엔 도롱뇽 같기도 하고 조금 커다란 올챙이 같기도 한 게 꼬물거리고 있었다. 탕이나 전골로 먹는다는 짱뚱어였다. 그 짱뚱어들이 갈대만큼이나 바닥에 지천이었다. 11월부터 이곳에는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 수백 마리가 날아오기 시작한다.

갈대와 철새, 습지생물의 요람 순천만. 이곳엔 앞으로 세계 각국의 정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순천시가 ‘2013 세계정원박람회’ 유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세계정원박람회를 유치한 노관규 시장을 만났다.

-순천만을 가보니 생태보전이 잘돼 있다.
“흑두루미를 위해서 내가 전봇대 280대를 뽑아버렸잖아요.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초 대불공단의 민원을 받아 규제완화 차원에서 전봇대 2개를 뽑은 적이 있는데, 나는 두루미 때문에 280개를 뽑았어요.(웃음) 두루미가 제일 위험한 게 전깃줄이거든요.”

-정원박람회는 어떤 행사인가.
“처음 영국에서 화훼산업을 중심으로 출발해 현재는 정원과 예술을 접목한 도시개발 계획으로 활용하고 있는 행사입니다. 가령 꽃박람회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만 정원박람회는 개최 이후에도 시설이 영구적으로 남게 되고 동시에 문화와 생태가 남게 되죠. 순천만은 산·강·갯벌·갈대·농경지를 다 갖춘 천혜의 자원입니다. 그 순천만 상류와 도심 사이의 152만7000㎡에 세계 각국 정원을 만들게 됩니다. 면적의 20% 정도는 저류지 공원을 만들 생각이에요. 4대 강 사업도 저류지에서 답이 나올 수 있어요.”

-‘저류지 공원’이란 개념은 좀 생소한데.
“평시에는 정원으로 쓰다가 비상시에는 물을 가두는 거죠. (책자를 보이면서) 이게 독일 본에 있는 저류지 공원이에요. 우리는 치수 하면 강둑 쌓는 것만 생각해요. 결코 그래선 물을 이길 수 없어요. 이제는 범람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해야 해요. 4대 강 사업도 결국 저류지 공원이 답입니다. 4대 강의 큰 목적 중 하나가 치수와 주변 레저 아닙니까? 유사시 치수가 가능하고 레저도 가능한 저류지 공원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정원박람회의 기대효과는.
“1조3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만1000명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박람회를 유치하기 전에 중국의 시안(西安)을 가봤어요. 시안은 정원 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금융허브로 떠오르게 됐죠. (시안의 잘 다듬어진 정원 사진을 보여주며) 중국도 이렇게 살고 있어요. 정말 할 말이 없어 버리지. 경제는 세계 15대 강국이라지만, 우리의 삶의 질은 50위도 넘어가거든요. 그런데 이제 순천이 이렇게 될 겁니다. 최고의 명품도시가 되는 거죠.”

-박람회 때 순천에 외국인이 많이 오겠다.
“지금도 많이 와요. 박람회 땐 외국인 25만 명을 포함해 관광객이 500만 명 이상 순천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든 사람이 순천만을 보면 감동하지만 특히 외국인들이 좋아하거든요. (순천의) 송광사도 좋아하지만, 순천만을 보면 한방에 가브러(웃음).”

노 시장은 검사 출신으로, 재직 중 대검중수부 ‘드림팀’에 발탁돼 한보사태와 김현
철씨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한 베테랑이었다. 전국의 자치단체장 가운데 검사 출신은 노 시장이 유일하다.

“원래 ‘쌍칼’을 휘두르던 사람인데 갑자기 전국에서 환경을 제일 잘 아는, 생태시장이 돼버렸어요.”

자기의 변신이 스스로도 신기한 듯했다.

순천=강민석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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