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마다 혼 불어넣었어요" 조미숙씨 칠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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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작품 제작 과정에서 초산이 눈에 튀어 실명할 뻔 했지요. 도자기를 구워내는 심정으로 작품 하나 하나에 혼(魂)을 불어 넣었습니다. "

8년 동안 칠보공예작품을 준비해 온 공예가 조미숙(曺美淑.41.여.옛 이름 조약돌)씨. 曺씨가 산고 끝에 완성한 작품 80여점 중 50여점을 10~16일 광주 롯데화랑에서 선보인다.

칠보공예란 금.은.수정.마노.산호.진주.유리 등 7가지 보석에서 만들어낸 다양한 빛깔의 유리질 유약을 금속표면에 뿌려 아름다운 색상을 내게 하는 공예.

10만에 고향에서 갖는 이번 전시는 曺씨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남편(공군 중령.공사30기)을 따라 전국 곳곳을 떠돌면서도 그녀는 생명처럼 여기며 칠보공예작품에 매달렸다.

그녀의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우선 쇠톱으로 자르고 다듬어 스케치를 마친 동판을 도자기 굽듯 전기가마에 넣어 구어 낸다.

구어 낸 동판을 다시 초산에 깨끗이 씻고 화려한 칠보색감의 분말가루를 뿌려 작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마지막으로 동판을 8백50℃의 가마에 구어내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曺씨는 한국의 전통이 숨쉬는 칠보색감을 공예에 접목, 회화성 있는 공예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비록 칠보가 전통색인 오방색과 유사하지만 혼합해서 쓸 수 없는 단점을 오히려 작품에 최대한 활용했다. 그동안 주로 여인네들의 장신구와 소품 수준에 머물러 있던 칠보의 예술적 가능성을 넓힌 것이다.

曺씨는 지난 90년 초 내로라하는 현대예술가들이 '우굴' 거리는 미국에서 칠보공예로 개인전을 당당히 치러 세계예술인들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서구의 공예예술에다 가장 한국적인 칠보 색감으로 무장한 그녀의 작품이 눈길을 끈 것은 당연했다.

그 전시회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 임을 깨닫게 해 준 값진 경험이었다.

광주〓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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