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회의 학숙', 시민운동가.자원봉사자 되는길 무료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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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깨어있는 사회는 깨어있는 개인 없이는 불가능 합니다. "

"부산발전을 위해 내가, 너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

지난 7일 오후 8시30분 부산 동구 범일동 화신 빌딩 7층.

20평 남짓한 강의실에서 30명이 강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자원봉사자와 시민운동가 양성 단체인 '기회의 학숙' 교육 모습이다.

이 단체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97년 9월.

현 대표운영위원인 유판수(劉判洙.60)씨가 방송사를 정년퇴직한 뒤 사회를 위해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해보자며 시작했다.

劉씨는 "열악한 부산의 시민운동과 자원봉사 현실이 안타까웠다" 며 "시민운동과 자원봉사 활동이 뿌리 내리려면 많은 지도자들이 배출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 말했다.

이 단체가 배출한 인원은 현재까지 90명.

회사원. 주부. 은행원. 시민단체 회원 등 다양하다.

1기에 30명씩 받는다.

3기까지 배출했다.

이들은 환경단체.전화상담소.구청사회복지과 생활상담 봉사원.치매노인 자원봉사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劉씨는 "시민단체에서 활동 중인 졸업생도 적지 않지만 직장에 다니면서 틈틈이 시간을 쪼개 자원봉사를 하는 졸업생이 많다" 고 말했다.

3기생 金복남(31.여.간호조무사)씨는 "매달 넷째 주 일요일에 부산진구 부암동에 있는 더불어 사는 집을 찾아 치매 노인을 돌본다" 고 말했다.

졸업생끼리 작은 그룹을 만들어 봉사활동도 한다.

2기생이 중심인 피기뱅크(돼지저금통이라는 뜻)모임은 자선 경매행사를 열어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3기생이 주축이 된 '작은 도토리' .혼자 사는 노인과 장애인들을 찾아 집 수리를 해주거나 페인트 칠을 해준다.

교육은 전부 무료다.

하지만 95%이상 출석하지 않을 땐 수료증을 주지 않는다.

6개월 과정이다.

강의과목은 30개 정도. 자원봉사.생활법률.사회복지.환경 등은 필수과목이다.

경제.국제관계.지역사회.외국어.리더십.매스컴 등도 가르친다.

대부분 지도자로서 자질을 길러주기 위한 과목이다.

강사진도 화려하다.

장혁표 전 부산대 총장.서의택 부산외대 총장.김진현 서울시립대 총장.김성종 추리문학관장.영구아트무비 사장인 심형래씨 등 저명인사들이 이곳에서 강의했다.

외국인 강사도 있다.

일본의 이케하라 마모루.독일의 하안토니오 신부.일본의 켄야 쿠와하다 마쓰시다 정경숙(政經塾)연수부장 등이 거쳐갔다.

이 단체는 지난해 부산시로부터 시민단체 건전사업으로 선정돼 보조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지난 10월 열린 '99 서울 NGO 세계 대회' 에 참가하기도 했다.

劉씨는 "부산지역 시민운동가. 자원봉사자 양성 요람으로 자리잡도록 만들 것" 이라고 말했다.

문의 051-643-1807.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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