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공사 유재한 사장 “기업 매각할 때 제시한 가격보다 인수자 능력 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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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유재한(사진)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29일 “공사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을 매각할 때 인수할 사람의 능력과 진정성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가격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으나 국가적 영향이 큰 사업에 대해선 경제적 영향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매각 시기에 대해선 “기업이 정상화된다면 최대한 빨리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가 지분을 보유한 주요 기업은 현대건설(11.3%), SK네트웍스(8.2%), 하이닉스반도체(6.2%), 대우인터내셔널(5.3%), 한국항공우주(30.1%) 등이다.

그는 외국업체의 인수에 대해 특히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국내외 자본의 차별을 두진 않겠다”면서도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예의 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 협상에 대해선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이라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국은행·신용보증기금 등과 역할이 중복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금융시장 안정은 한은의 배타적인 업무가 아니다”고 말했다. 실효성 논란이 있는 ‘온 렌딩(민간 은행을 통한 간접 대출)’에 대해선 지방은행부터 시작해 산업은행·기업은행으로 폭을 넓혀 갈 계획이다.

기업 투자 유인책도 제시했다. 그는 “공사가 기업 지분의 48%쯤을 인수하는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면 그 기업에 출자하려는 업체의 위험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가 100% 지분을 가진 산은금융지주에 대해선 “구체적인 경영 관여는 하지 않겠지만 민영화 추진이 더디거나 정부 의존적 형태가 유지된다면 문제”라며 “매각보다 매각할 물건(산은)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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