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선주조 주식 매각 때 분식 혐의 푸르밀 신준호 회장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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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차맹기)는 ㈜푸르밀(옛 롯데우유) 신준호(68) 회장이 대선주조㈜ 주식 매각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한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신 회장의 자택, 부산 동래구 사직동 대선주조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또 신 회장 측이 사모펀드와 함께 세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원네트웍스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신 회장은 부산의 주류업체인 대선주조㈜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하고 불법으로 자금을 조달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건네 받은 대선주조의 경영 자료를 분석한 뒤 신 회장 일가를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신 회장은 2004년 6월 외아들과 며느리, 손자 등 일가 5명의 이름으로 대선주조 주식 38만5880주(50.8%)를 인수하는 등 모두 600억원을 투자해 주식 98.97%를 사들였다. 이후 신 회장 일가는 2007년 11월 한국금융지주 산하 사모펀드인 코너스톤 에쿼티파트너스와 공동으로 시원네트웍스를 설립해 대선주조 주식을 3600억원에 매각했다.

검찰은 신 회장이 사돈인 최병석 전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던 대선주조가 파산한 뒤 적대적 인수합병(M&A) 상황에 놓이자 최 전 회장의 요청을 받고 대선주조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에 기반을 둔 주류회사인 ㈜무학은 2002년부터 대선주조의 지분 확보에 나섰었다.

검찰은 600억원에 매입한 회사를 3600억원에 팔게 된 일련의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신 회장 측이 대선주조 지분 확보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뒤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가치를 부풀렸는지 ▶주식 인수 과정에서 개인 비자금이나 푸르밀 회사 자금이 동원됐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막내 동생이다. 신 회장은 97년 신격호 회장에게서 롯데우유 지분 45%를 넘겨받은 뒤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사해 푸르밀로 이름을 바꿨다.

부산=김상진 기자

◆대선주조=‘시원’ 소주를 생산하는 부산의 대표적 주류기업. 하루 100만 병을 생산하며 부산 소주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997년 11월 사업 다각화 실패와 외환위기로 부도가 났었다. 2002년 5월∼2004년 10월까지 무학과 경영권 분쟁을 거쳐 2004년 정상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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