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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 받으며 가족처럼 … 한국 육상의 희망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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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제90회 전국체전 400m계주에서 한국신기록(45초33)을 세운 안동시청 육상경기단 선수들. 오른쪽 부터 정순옥·김태경·김하나·김초롱 선수. [안동시 제공]


‘안동시청 육상경기단 제90회 전국체전 한국 최고의 성적 거양.’

요즘 안동시청 현관과 시내 진입로 등지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 문구다. 김휘동 안동시장은 다음달 2일 전 직원이 모이는 조회 때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직접 메달을 걸어 주고 꽃다발과 함께 보상금 1100만원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번 전국체전의 성과는 화려하다.

김하나 선수는 200m를 23초69로 주파, 한국신기록을 수립했다. 이 기록은 한국 육상계가 23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김 선수는 100m와 400m·16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어 4관왕은 물론 대회 MVP(최우수선수)에 올랐다. 정순옥-김태경-김하나-김초롱이 나선 400m계주도 한국신기록을 달성했다.

덕분에 안동시는 전국체전을 통해 50억원 이상의 홍보 효과를 봤다고 자평한다.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고 한국신기록을 세울 때마다 신문·방송에 안동시청 소속임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하나은행 등 기업들이 김하나 선수를 찾는 등 광고 출연 제의도 잇따르고 있다.

전국체전뿐만 아니다. 안동시청팀은 국제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지난달 열린 ‘2009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 정순옥 선수는 멀리뛰기에서 동메달을 땄다. 또 지난 3월 열린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선 이선영 선수가 국내 1위를 차지했다. 안동시청팀이 한국 육상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다.

국내 실업육상팀은 시·군·구청을 중심으로 전국에 80여 팀이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에만 20개 팀이 있고 경북에는 안동시청을 비롯해 포항·구미·경산·영주·문경 등 6개 팀이 있다. 이들 중 ‘시골팀’ 안동시청이 명문팀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안동시청 육상부는 감독·코치와 선수 10명(국가대표 4명) 등 모두 12명. 선수들은 국제대회를 앞둔 태릉선수촌 소집과 전지훈련을 빼고는 안동 송현동 아파트에 머물며 시민운동장에서 훈련한다.

안동시 이제관 체육진흥담당은 “이들을 지원하는데 100일 전지훈련비 등 연간 10억원을 쓴다”며 “전국체전을 앞두고도 25일간 현지 적응훈련을 하는 등 예산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김 시장이 육상부 지원은 큰돈 들이지 않고 안동시를 홍보하는 방법이라며 의회 등을 설득한 결과였다. 그리고 시장은 선수 이름을 모두 기억할 만큼 수시로 격려하고 관심을 보였다.

안동 출신 오성택(52) 감독은 선수들을 신바람나게 만들었다.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 10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어기질 않았다. 그러느라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동원했다. 또 선수 개개인의 성격을 맞추고, 아프면 심야에도 병원에 직접 데려갔다. 오 감독은 “지금도 우리 팀에 들어오려는 선수들이 많다”며 “선수들과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고 아파하며 체계적으로 훈련하는데 좋은 기록이 안나오면 이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경북도가 성적에 관계없이 지역 6개 팀에 똑같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며 “열정과 관심이 좋은 기록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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