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원평가제 반드시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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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교원의 전문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 교원평가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교원평가제도를 둘러싸고 다양한 논리와 주장이 난무하고 있으나 평가의 핵심은 교육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질 관리를 통해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교육은 개인의 생존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수단으로, 국가는 모든 학생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와 우수한 교사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책무가 있다. 학생이 교사를 선택할 수 없는 공교육 제도하에서 국가가 나서서 교원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하고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책무다.

21세기는 '평가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어떤 기관이나 개인도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서비스 품질 개선에 대한 수요자의 요구는 공공부문 평가를 강화시켜 왔다. 교육은 정부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공공서비스로서 학생을 직접 대면하는 교육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질 관리 차원에서 교원평가의 당위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교육은 노동집약적이고 고정지출 비용이 매우 높은 산업으로 학교 교육비에서 교원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이다. 또한 교원은 신분과 정년이 보장되고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으므로 한 번 임용된 교원은 해고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변화와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 이러한 고용 특성은 일단 임용된 교원의 능력 평가와 관리의 중요성을 증대시킨다.

정부의 교원평가제도 시안은 교원의 '능력과 전문성 향상'을 목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인사관리 차원에서 승진에 초점이 맞춰진 기존의 근무평정제와 달리 모든 교원의 능력계발 촉진을 위한 진단 기제로 활용한다는 점과 교원 신분의 불안정을 야기하는 구조조정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교직은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선호하는 직업으로 입사 당시 경쟁력은 매우 높다. 그러나 재직기간 중의 전문성 함양은 개인의 자발성에 맡겨둘 뿐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입사 이후 단 한 번의 자기 계발 활동 없이도 62세 정년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원정책검토단도 이 대목을 우려하며, 자질 부족 교사들로부터 학생의 권익을 보호하는 한편 전문성 향상을 위해 교원평가를 실시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검토단은 능력이 탁월한 교사나 자질이 부족한 교사의 판별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대다수 교사의 전문성 향상 요구와 지원에 적극 관심을 기울일 것과 처벌이 아닌 개선의 도구로서 구상할 것을 강조했다.

이번 교원평가제도를 둘러싼 공방과 갈등은 교육 변화를 위한 시도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다. 교원평가제도에 이해관계를 가진 각 기관이나 단체는 명분에 사로잡혀서는 안 되며, 교원의 전문적 능력 향상을 통한 학생의 학습력 향상이라는 핵심 목적에 주목해야 한다.

교원평가제도가 교원의 능력과 이미지 향상은 물론 공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제로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 교직 단체들의 설득력 없는 교원평가 거부는 교육의 질은 뒷전이고 자신들의 권익보호에만 급급하다는 국민의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할 것이다.

정부는 정책 결정의 주체로서 계획적이고 충실한 시범 운영을 통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평가 기제를 수정.보완하는 한편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교직단체 간의 타협 전통과 절차가 확고하게 정립되지 못한 현실에서 교직단체의 신뢰를 이끌어내고 장기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도 정부의 몫이다. 교원의 동참 없이 교원평가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이경 한국교육개발원 교원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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