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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몰린 국제거물들…콜 전총리, 군수업체 뇌물수수 혐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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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불법정치자금 모금과 비밀계좌 운영건으로 곧 검찰로 불려가 조사받을 처지에 놓였다.

독일 검찰청 대변인은 6일 콜 전 총리에 대한 조사 여부를 이르면 이번 주말께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콜이 검찰조사를 받고 혐의가 인정돼 기소될 경우 현 제1야당인 기민당 지도부의 도덕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0일 시인한 바 있는 비밀계좌와 비자금 운용건과 함께 불법 정치자금 모금과 군수업체 뇌물수수 의혹에 이어 7일에는 스위스은행 비자금 은닉설까지 새로 터져 그야말로 중범죄자 신세로 전락할지도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7일 독일 디벨트지는 전 기민당 후원회 고문인 호르스트 보이라우흐가 스위스 취리히의 J 폰토벨 은행에 5천5백만 스위스프랑에 이르는 기민당의 비밀계좌를 관리했음을 검찰에서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보이라우흐는 기민당 재정국장이던 발터 라이슬러 키프와 함께 스위스의 한 쇼핑센터 주차장에서 군수업체 티센의 무기중개상 칼하인츠 슈라이버로부터 1백만달러의 뇌물을 받아 비밀계좌에 입금시키는 등 비자금 모금에서 핵심역할을 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아왔다.

지난 91년 집권 기민당이 한 군수업체로부터 1백만마르크의 대가성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11월 말 당시 기민당 사무총장이던 하이너 가이슬러가 비자금 계좌의 존재를 폭로하자 콜은 당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일부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이로써 기민당은 불법적인 정치자금 모금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물 위기에 처했으며 의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했으며 검찰은 이와는 별도로 수사에 착수했다.

콜은 지난주말 텔레비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16년간 총리로 재직하면서 뇌물을 받은 적이 없으며 개인적으로 친분있는 인사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 비밀계좌에 보관하면서 사용했을 뿐" 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공인은 개인적인 친분보다 정치자금법에 의해 돈을 관리해야 한다" 고 콜을 비난했다.

올들어 지방의회 선거에서 집권 사민당을 연거푸 누른 기민당은 이번 콜 스캔들이 내년 2월 있을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지방의회 선거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망연자실하고 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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