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1주택 소유자 과도한 세금 안 내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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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의 5.4 부동산대책은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양도소득세와 보유세를 강화하고 재건축.재개발 이익도 국가가 일정부분 환수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로는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겠다. 부동산을 통해 경기를 살리는 노력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공평 과세와 집값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정부의 의도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집값 문제를 세금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과거에도 부동산이 과열되면 으레 세금으로 대응했지만 단기적 효과에 그쳤을 뿐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부작용이다. 특히 보유세를 2008년까지 두 배로 올리고 당장 내년부터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매기겠다는 것은 과세강화를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조치로 고가주택.다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내놓을 가능성은 커졌다. 부동산 세금이 강화되면 가수요와 투기자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자기 집을 갖고자 하는 수요까지 위축시켜서는 곤란하다. '조세 저항'도 넘어야 할 산이다. 내 집 한 채만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이 엉뚱하게 갑자기 세금을 두세 배 내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올해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따른 세부담 증가로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기반시설 부담금제 개편 역시 좀 더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가 급속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밀도 재개발.재건축만이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재건축 투기로 난리가 났지만 그렇다고 재개발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 개발이익 환수도 적절한 수준이 필요하다.

부동산 대책에 관한 한 당국의 의욕과잉부터 자제돼야 한다. 이 정부 들어 내놓은 부동산 대책만도 몇 개나 되는가. 더 이상 땜질식은 곤란하다. 1주택 소유자의 급격한 세부담은 피하면서 양질의 주택을 꾸준히 공급하는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만 집값도 안정되고 연착륙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