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은행가 샤프라 러시아 마피아가 죽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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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3일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소재 자택에서 복면괴한에 의해 살해된 세계 은행재벌 에드먼드 샤프라(68)의 죽음을 들러싸고 마피아의 개입 등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 리퍼블릭 내셔널은행의 설립자인 샤프라는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 의해 '올해의 은행가' 로 선정되는 등 세계 최고 은행재벌이면서도 '얼굴없는 은행가' 로 불릴 정도로 그의 삶이 베일에 싸여 왔다.

여기에 샤프라가 최근 자신이 갖고 있던 뉴욕 리퍼블릭 내셔널은행의 지분 28%를 영국의 HSBC은행에 99억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해 미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던 터라 그의 죽음에 대한 의문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누가 세계 최대은행가인 샤프라를 살해함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가 이번 살해사건의 핵심" 이라고 4일 보도했다. 그의 재산은 아내인 릴리에게 상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세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의 죽음에 러시아 마피아가 깊이 관련돼 있다는 무성한 소문이다.

뉴욕 리퍼블릭 내셔널은행은 그동안 러시아와 긴밀한 사업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러시아의 경제위기로 2억달러 상당의 대출을 상환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정부 및 고위층이 돈세탁 수단으로 이 은행을 이용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4일자 보도에서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돈이 외국 금융기관으로 돈세탁되는 과정에서 샤프라의 은행이 주요한 혐의를 받았다" 며 "특히 강도들이 철저한 경비를 뚫고 침입한 것은 조직범죄가 개입되지 않고서는 어렵다" 며 마피아 개입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 사건 상황〓지난 3일 오전(현지시간) 샤프라가 거주하던 모나코 몬테카를로 소재 아파트에 복면을 한 무장 강도 2명이 침입했다. 이때 샤프라는 간호사와 함께 강도들이 지른 불을 피해 목욕탕으로 피신했다.

모나코 경찰당국은 사인과 관련해 "소방관들이 욕실 문을 두드렸지만 샤프라는 그들이 괴한이라고 생각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면서 "결국 샤프라는 간호사와 함께 욕실 안에서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고 밝혔다.

반면 샤프라의 아내와 딸은 연기를 피해 아래층 방으로 숨어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한편 경호원은 강도들과 격투끝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

경찰측은 이번 사건이 아파트 열쇠를 가졌을 뿐 아니라 아파트 내부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일 것으로 보고 프랑스 경찰당국에도 협조를 요청해 놓고 있다. 또 사건 당시 아파트에 없었던 샤프라의 경호 책임자를 상대로 당시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피묻은 8㎝ 길이의 칼이 발견돼 괴한들의 지문이 묻어 있는지 여부를 파악중이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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