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 라운지] 각국 대사관 파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울 외교가에는 크고 작은 파티와 리셉션이 거의 매일 열린다. 각국의 다양한 문화만큼이나 연회의 형식과 분위기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독특한 요리와 음료로 자국의 맛과 멋을 알리려는 점에선 어느 대사관도 예외가 없다. 각국 파티에 등장하는 요리와 술을 살펴봤다.

▶ 지난해 7월 4일 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미국 독립 기념일 축하 리셉션에서 토머스 허버드(왼쪽에서 둘째) 당시 주한미국 대사가 국내외 내빈과 함께 미 국회의사당 모양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연합]

7월 4일 오후 서울 덕수궁 뒤 미국 대사관저는 독립기념일 리셉션에 참석한 국내외 인사 500여명으로 붐볐다. 앞뜰엔 흰색.빨간색.파란색 3색 줄무늬의 야외 텐트가 설치됐고, 테이블보도 3색 중 하나로 맞춰졌다. 성조기를 상징하는 색깔이다. 정원 위.아래 두 곳에 마련된 식탁은 햄버거.핫도그.닭날개 튀김.돼지갈비 바비큐 등 미국적 음식으로 가득 찼다. 주 요리는 로스트 비프. 분위기가 무르익자 토머스 허버드 전 대사는 미 국회 의사당을 본뜬 케이크를 잘랐다.

미국, 의사당 케이크 선봬

◆ 검소한 유럽, 푸짐한 중동=유럽 대사관들은 대체로 검소하면서 실용적인 파티를 선호한다. 음식도 간소하고 종류와 양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푸짐하다는 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단 이탈리아 대사관은 꼭 스파게티 등 파스타 요리를 빠뜨리지 않는다. 노르웨이 대사관은 자국산 연어와 새우 요리를 내놓는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대사관들은 한결같이 '푸짐한 음식'을 중시한다. "음식 접시에 바닥이 보이면 안 된다"는 게 이 지역 공관들의 철칙이다. 따라서 양 한마리를 통째로 구워 즉석에서 썰어주는 방식이 선호된다. 알제리 대사관의 경우엔 후식으로 대추야자가 빠지지 않는다.

◆ 일본, 잔반은 질색=일본 대사관은 음식의 질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특히 회.초밥.튀김 등 일본 전통 요리의 경우 최고의 맛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조리하는 경우가 많다. 초대받는 인사들이 으레 일본 대사관에서 내는 회와 튀김은 최고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일본에서 유명 요리학원을 졸업한 요리사가 파견돼 있다.

일본 대사관은 또 음식이 남는 것을 무척 꺼리는 편이다. 음식 맛이 없거나 아니면 참석자 수를 잘못 계산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리셉션 담당자는 연회가 끝나면 준비한 요리 중 어떤 게 남았고, 무엇이 모자랐는지 꼼꼼히 점검한다.

◆ 한국 입맛 맞추는 중국=중국 대사관은 본토에서 데려온 전속 요리사를 두고 있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화이양차이(淮揚菜) 전문이다. 상하이(上海)를 포함, 장쑤(江蘇)성과 저장(浙江)성 일대의 화둥(華東)지역 요리다. 음식의 특징은 담백하고 깔끔하다. 다만 콩으로 만든 된장에 고추와 향신료를 넣은 더우반장(豆瓣醬)이 한국인들에 인기가 높아 꼭 준비한다. 대신 강한 향의 채소인 샹차이(香菜)는 가급적 빼고 요리한다고 한다.

일본, 음식 남는 것 꺼려

◆ 전통요리로 승부=남아공 대사관은 자국에서 직수입한 악어.타조고기.견과류 등 전통요리를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회 장소도 호텔 수영장 옆에다 숲속 한가운데 있는 듯한 분위기로 꾸민다고. 또 말레이시아는 전통 꼬치 요리인 '사테' 등을 내놓는다.

◆ 총감독은 대사 부인=연회 준비와 감독은 대개 대사 부인의 몫이다. 메뉴의 선정에서 식탁보와 양초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챙긴다. 이 때문에 대사가 바뀌면 파티 스타일도 확 바뀌는 경우가 적잖다. 과거 스티븐 보즈워스 전 미 대사부인은 요리는 물론 식탁보의 구김 상태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남아공, 악어 요리 유명

◆ 보이지 않는 손 호텔 연회팀=독립 기념일 같은 큰 행사를 치를 경우 대사관은 본국에서 온 1~2명의 전문 요리사와 별도로 국내 호텔 연회팀의 도움을 받는다. 대사관 리셉션에 자주 호출되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 국빈 담당 연회팀은 기획을 맡은 이상은 판촉계장과 요리를 책임진 시드니 하디 총주방장, 그리고 서비스를 책임진 김예훈씨 등 3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얏트 호텔 본사에서 파견된 하디 총주방장은 리셉션 요리를 준비할 때 "각국 특유의 맛이 나게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정호.유상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