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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중앙서울마라톤] 이봉주 “선수 머릿속까지 전해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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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41번이나 마라톤을 완주한 사내. 지난 21일 대전에서 열린 제90회 전국체전 남자 마라톤 일반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은퇴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9·사진)는 당시 인터뷰에서 “앞으로 후배들을 위해 할 일을 찾겠다”고 했다. 그 첫 번째 스텝은 마라톤 해설이다.

이봉주가 다음 달 1일 서울 잠실~성남의 전원 코스에서 열리는 중앙서울마라톤(KBS-1TV 중계)에서 해설자로 데뷔한다.

“오랫동안 마라톤을 했지만 내가 해설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는 이봉주는 “잘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마라톤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락했다”고 말했다.

42.195㎞를 고독하게 달리는 마라톤을 해설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봉주는 “출발점에 섰을 때 심리적인 중압감은 마라톤을 안 뛰어본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아무 생각 없이 뛰는 것 같아 보이지만 선수들은 머릿속에 다 작전을 세우고 있다. 그런 부분까지 전달할 수 있는 해설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 달 1일 잠실~성남 코스에서 열리는 2009 중앙서울마라톤은 올해도 2만1000여 명이 출전하는 시민 마라톤 축제다. 사진은 2008년 대회 출발 모습. [중앙포토]

선수 때 이봉주는 성실 그 자체였다. 해설자로서도 벌써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세계 기록, 아시아 기록, 한국 기록 등 각종 자료들을 뽑고 있다. 국내 지도자 분들과도 전화 통화를 해서 출전하는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훈련 상황 등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구간 기록 등 각종 데이터를 통해 선수들이 어떤 전략과 어떤 페이스로 움직이고 있는지, 선수들의 심리 상태나 작전까지도 생동감 있게 전달해 마라톤의 참 맛을 알려드리겠다”고 다짐했다.

41번의 완주 경험은 해설을 할 때도 든든한 자산이다. 이봉주는 “2006년 중앙마라톤 때 직접 뛰어본 코스다. 평지가 많고 특별히 난코스는 없다. 하지만 초보자들은 페이스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봉주를 마라톤 해설자로 발탁한 조해달 KBS PD는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보다 더 뛰어난 해설자가 누가 있겠는가. 한국 신기록(2시간7분20초)도 여전히 이봉주가 지니고 있다. 이봉주가 어눌하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할 말은 조리 있게 하는 편이다. 선수 때의 경험도 많아 생생한 해설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초청 해설자지만 다음에는 마라톤 메인 해설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도 마라톤화를 챙겨가 “시차 적응을 하려면 뛰는 게 최고”라고 하루도 빠짐없이 호텔 주변을 뛰었던 이봉주는 은퇴를 한 지금도 새벽 5시면 눈을 뜬다. “그냥 가볍게 한 시간 정도 조깅만 한다”는 그에게 도대체 몇 ㎞나 뛰느냐고 묻자 “10~12㎞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뛰는 게 인생인 남자, 그는 ‘뜀박질’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할 말이 많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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