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진단] 은행주 물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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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은행주들이 눈에 띄게 선전하고 있다.

최근 한달간 은행주들은 평균 20% 정도 올랐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오름폭의 두 배 수준이다. 은행주는 흔히 경기 민감주로 분류된다. 내수 경기가 아직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은행주는 왜 강세일까. 최근 은행주 흐름에는 금융업 안에서 은행의 독주(獨走) 현상이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업에 구조조정이 집중되면서 은행수는 급감했었다. 1997년 26개였던 일반은행은 2003년 10개로 줄었다. 그만큼 공적자금도 많이 들어갔다. 하지만 살아남은 은행들은 시장 지배력이 훨씬 세졌다. 강하게 거듭난 은행들이 보험.증권.자산운용 분야에 진출하면서 기존 금융업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은행 창구를 통해 판매되는 투신상품의 점유율은 6월 말 현재 23.87%로 높아졌다. 2000년에는 7.2%에 불과했다.

보험시장도 마찬가지다. 은행 창구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방카슈랑스가 시행 1년을 맞으면서 은행들의 강세가 뚜렷하다.

현재 생명보험의 저축성 상품에 있어 방카슈랑스가 전체 판매액(초회 보험료 기준)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 실적도 좋아졌다. 거래소에 상장된 9개 은행의 순이익 합계는 지난해 415억원이었던 것이 올해는 상반기에만 1조4119억원으로 늘어났다.

은행이 보유한 전국적인 지점망과 막강한 자금력, 대외신인도 등을 감안할 때 은행 독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증권 이승주 연구원은 "보험과 증권주에 대한 외국인의 매수세는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이는 금융산업의 발전이 은행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은행 주식의 유통 물량이 부족한 점도 주가 강세의 원인이다. 우리증권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은행주를 계속 사들이면서 은행의 총주식에서 대주주 지분과 기존 외국인 보유지분을 제외한 지분은 하나은행이 10.2%, 신한지주는 28.2%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계를 지적하는 소리도 여전하다.

대우증권 구용욱 연구위원은 "내수경기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될 전망인 만큼 은행 업황도 그때부터나 개선될 것"이라며 "방카슈랑스 등의 판매가 늘고 있지만 은행 전체 순익에서 차지하는 수수료 수입은 별로 크지 않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조병문 연구위원은 "각 은행의 영업력과 위험관리 능력 등을 감안할 때 내수 침체가 계속될 때는 하나은행.부산은행.대구은행 등이, 내수가 회복될 때는 신한지주.우리금융.국민은행.기업은행 등이 보다 유망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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