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오픈] 뒷심 약한 중국 '공한증' 벗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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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1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화재배 32강전. 중국이 돌풍을 일으켜 13명 중 9명이 16강전에 진출했다.

조훈현9단 대 구리(古力), 이세돌9단 대 후야오위(胡耀宇), 송태곤7단 대 쿵제(孔杰). 3일 열리는 삼성화재배 세계오픈 16강전에서 한국의 강자들이 '삼총사'라 불리는 중국의 주력부대와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1일의 32강전은 한국의 참패. 16강전은 일찌감치 우승후보들이 맞붙어 치열한 승부가 이어진다. 박영훈9단 대 마샤오춘(馬曉春)9단, 최철한8단 대 뤄시허(羅洗河)9단, 안달훈6단 대 저우허양(周鶴洋)9단의 대진도 매우 아슬아슬해 한국 우세를 단정하기 어렵다. 이 대회에서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중국이 오랜만에 호기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1일 대전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열린 32강전에서 한국바둑은 중국의 황사바람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은 최정예로 엄선된 16명의 대부대가 출전했으나 13명이 나선 중국과의 전면전에서 크게 밀리며 불과 6명만이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본지 9월 2일자 10면> 6명 중 2명은 일본기사와의 대결에서 승리했고 중국과는 13전4승9패로 대패했다.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이창호 9단이 후야오위에게 져 1회전에서 탈락한 것이 충격을 가중시켰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한국은 이세돌9단, 박영훈9단, 최철한8단, 송태곤7단등 포스트 이창호를 노리는 '신(新)4인방'이 고스란히 살아남았고 신예 안달훈5단의 승전보에 이어 50대 노장 조훈현9단이 막판 대역전을 거두며 한팔을 보태 16강전에서 중국과 싸울 수 있는 전력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점이다.

한편 지난해 우승자 조치훈9단은 유창혁9단과 박빙의 승부를 펼친 끝에 1집반승을 거두며 일본 기사로는 유일하게 2회전에 진출했다.

○…32강전은 이창호9단의 탈락이 가장 큰 충격이자 이변이었다. 이창호는 중국 삼총사의 일인인 후야오위7단에게 백으로 불계패했는데 '둔도(鈍刀)'라 불리는 후야오위는 2년 전에도 이 대회에서 이창호를 꺾은 일이 있다. 후야오위는 16강전 추첨 결과 한국의 이세돌9단과 맞붙게 돼 이판은 양국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하이라이트가 될 것 같다.

국내에서 맹활약해온 목진석8단, 조한승7단, 김광식4단, 윤혁4단, 홍민표4단, 이영구3단 등 한국의 신예강자들이 황사바람에 차례로 무너진 것도 이번 대회의 이변이라면 이변이었다.

○…조훈현9단은 이창호9단이 탈락하면 사명감에 불타오른다. 한국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구원투수로 활약했고 2년 전 삼성화재배 때엔 이창호9단이 탈락한 뒤 기적의 역전승을 잇따라 거두며 분투, 우승을 거머쥔 일도 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귀신이 돕는 조훈현'.

그런 조훈현도 최근엔 나이 탓인지 40여년 프로생활에서 처음 9연패를 당하는 등 하향세가 뚜렷해 스스로도 고개를 젓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조9단은 이번에도 이창호의 탈락 소식이 알려지자 무서운 투혼을 보이기 시작했고 상대방인 왕위후이의 헛수마저 등장하면서 패배가 기정사실로 여겨졌던 바둑을 막판에 뒤집는데 성공했다. 조훈현 대 구리, 송태곤 대 쿵제의 대결은 3일 KBS 위성방송이 생중계한다.

○…중국은 뒷심이 없어 결승만 가면 약해진다. 한국과의 결승전에서 단 한차례도 승리하지 못해 공한증(恐韓症)이란 비난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32강이나 16강전에선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 16강전에서 한.중 양국의 강자들이 일찌감치 맞붙게 되자 중국이 환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성=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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