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라디오 IMF 극복 공모수기 대상에 오송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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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IMF한파, 97년 12월 추위와 함께 닥친 생활고는 정말 이겨내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어렵게 살아가던 우리 가족에겐 더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지요…. "

한 척수장애인이 워드프로세서로 한자한자 어렵게 쳐내려간 편지 곳곳엔 지난 2년간 IMF를 겪은 '우리시대의 아픔' 이 절절하게 묻어 있었다.

7년전 교통사고로 왼손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척수장애인이 된 오송수(吳松洙.37)씨. 吳씨는 KBS 제2라디오가 공모한 IMF 극복수기 '내일은 있다' 에 '사랑으로 극복한 IMF' 라는 원고를 보내 대상을 수상했다.

유통업을 하던 吳씨는 사고를 당해 자리에 누웠고 나이든 어머니는 공장일을, 대학생인 두 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야 했다.

그 와중에 터진 IMF사태는 어렵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 가족들을 덮친 거대한 파도였다.

가족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되자 어머니는 새벽부터 멀리 떨어진농촌으로 일하러 나가야 했고, 동생들 모두 휴학을 한 채 돈버는 일에 매달려야 했다.

"세금도 몇달 동안 못내고 당장 쌀독에 쌀 한톨 없는 나날이 계속됐습니다. 정말 고통스러웠지요. "

그런 吳씨의 가족에게 드디어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올해 1월부터 공공근로를 나가며 한결 몸이 편해졌다.

더구나 두 동생이 각각 대학병원 간호사와 법원 사무관 시험에 당당히 합격해 기쁨은 두배가 됐다.

吳씨는 "덩실덩실 춤을 추며 '우리도 다시 웃으며 살아갈 수 있을려나 보다' 라고 말씀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고 당시를 회상했다.

꾸준한 재활운동 덕분에 이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거동하는 吳씨는 "IMF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끼리 서로 위로하고 사랑하면 어떤 험한 일도 이겨낼 수 있다" 고 힘주어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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