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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곳이 다 분양됐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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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소외됐던 지방 분양시장이 '불황 속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진은 최근 강원 원주시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의 계약 장면.

소비자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장기 소외지역 분양시장이 '불황기 속의 호황'을 맞고 있다. 최근 강원 춘천.원주.속초, 경남 거제, 충북 충주 등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경우 청약률이 수도권을 웃돌고, 초기 계약률(당첨자들이 계약하는 비율)도 80~90%에 이르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분양에서 초기계약률이 70%만 넘으면 "성공했다"는 말을 듣는다.

이들 지역은 분양업체 실무자들조차 분양성에 대해 고개를 흔들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1~2년간 새 아파트 공급이 적었고, 고급 마감재를 앞세운 대형 업체 브랜드가 모처럼 선보였다는 점, 분양권 전매 제한이 없는 비투기과열지구라는 점이 합쳐져 의외로 '선전'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 단계동 봉화산 택지지구의 대림e편한세상은 분양 한 달 만에 690가구 중 70가구만 남아 계약률이 94%로 올라섰다. 김용신 분양소장은 "아파트 공급이 적었던 데다 투기과열지구가 아니어서(분양권을 팔 수 있어) 투자자가 몰렸다"며 "미분양과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고전하는 수도권보다 시장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실제 이 아파트는 분양권 거래도 활발해 350가구 이상이 전매됐으며 웃돈이 최고 800만원까지 붙어 있다.

춘천시 퇴계동에서 분양 중인 중앙하이츠빌 420가구는 한 달 만에 1층만 빼고 계약이 모두 끝나 96%의 계약률을 보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청약 경쟁률이 평균 13.4대 1을 기록했었다.

아파트 분양이 뜸했던 경남 거제 일대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달 거제시 신현읍에서 선보인 롯데인벤스는 한 달 만에 335가구 중 91%가 팔렸다. 이 아파트는 청약 때부터 인파가 몰려 평균 6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66평형은 36.5대 1이나 됐다.

양영택 분양소장은 "이곳에서 1년 6개월 만에 새 아파트가 선보인 데다 전매제한이 없어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2년간 분양이 뜸했던 충북 충주시도 열기가 만만찮다. 충주시 연수동 아이파크는 지난달 말 계약을 치른 지 1주일 만에 537가구 중 450여 가구가 팔려 85%의 계약률을 나타냈다. 현대산업개발 노재선 소장은 "오랜만에 대형 업체 브랜드가 선보여 소비자들이 몰렸다. 사전 예약자가 많아 한 달 안에 90% 이상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건설업체들도 소외지역 분양전략을 세우느라 바쁘다. 강원도만 해도 연말까지 춘천.원주.강릉 등 11곳에서 7394가구를 쏟아낼 태세다.

포스코건설이 이달 말 원주시 판부면에서 43~55평형 342가구를 내놓고, 10월엔 춘천시 후평동에서 20~63평형 592가구를 분양한다. 한신공영과 대우자판도 춘천 퇴계동과 원주 단계동에서 각각 759가구와 788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경남 거제에서는 롯데인벤스의 청약 열기에 힘입어 롯데건설이 장승포동에서 11월께 롯데캐슬 400여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아파트 공급이 적었던 경기도 이천에서는 현대건설이 최근 갈산동에서 33~57평형 323가구를 내놓았고, 사음동에선 현진종건이 에버빌 30~33평형 137가구를 공급한다.

지난 5년간 대형 업체의 아파트 분양이 없었던 전남 목포의 경우 옥암지구에서 30평형대 550가구가 선보인다.

참좋은건설 이강오 사장은 "공급 부족과 규제 무풍지대라는 점이 어우러져 분양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며 "지방은 틈새시장의 성격이 강해 언제든 가라앉을 수 있으므로 입주 시점을 감안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종수.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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