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불청객 정전기 손쉽게 停電시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반가운 사람을 만나 악수를 나누는 순간 갑자기 '찌릿' 한다. 깜짝 놀라며 겸연쩍은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뿐만 아니다. 자동차 문에 열쇠를 꽂을 때 푸른 불빛이 튀기도 하고, 머리를 빗거나 모자를 벗다가 머리칼이 하늘로 치솟기도 한다.

치마와 바지가 스타킹에 들러붙어 난감한 경우도 많다. 겨울철의 불청객 '정전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놀란다.

서울공고 조윤동(39)교사는 "정전기는 일반적으로 두 물체가 마찰할 때 발생하나 자동차 열쇠로 문을 열 때처럼 접촉만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며 "열쇠의 뾰족한 부분과 자동차 문은 둘 다 금속이어서 순간적으로 전기가 흐르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정전기의 발생은 습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습도가 낮을수록 정전기가 자주 일어나고 습도가 높으면 줄어든다. 높은 습도에선 정전기 대부분이 물기를 통해 공기로 빠져나가기 때문. 여름보다 겨울에 정전기를 자주 체험하게 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조교사는 "사람이 카펫 위를 걸을 때 실내 습도가 10~20%인 건조한 날에는 3만5천V의 정전기가 발생하는 반면 습도가 65~95%인 습한 날엔 1천5백V에 불과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전압이 높아도 정작 전류가 흐르지 않기 때문에 기분만 나쁠 뿐 감전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전기로 인한 전기적인 충격을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데 대체로 여자가 남자보다 민감하다. 남자는 약 4천V가 넘어야 정전기를 느끼지만 여자는 2천5백V만 돼도 화들짝 놀란다.

차&박 피부과 차미경(35)원장은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가 들어 피부가 건조한 노인들이 정전기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며 "특히 피부염을 앓는 환자는 정전기로 염증이 심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 말했다.

정전기를 피하려면 실내에 적정습도를 유지해줘야 한다. 집안에 가습기를 설치하거나 젖은 빨래를 널어놓도록 한다. 거실에 화분.수족관.분수대를 만들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능하면 천연섬유로 만든 옷을 입도록 한다. 모와 실크는 정전기가 많은 섬유이므로 피하는 게 좋다.

화학섬유는 마찰로 인한 정전기 발생이 심하다. 따라서 합성섬유로 된 겉옷을 입을 때는 면 옷을 속에 입도록 한다. 정전기가 심하게 일어나는 옷은 목욕탕이나 세면대에 걸어두었다가 입으면 적당히 습기가 차 정전기를 막을 수 있다.

요즘은 빨래를 헹굴 때 섬유린스를 사용하거나 착용한 옷에 정전기 방지용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이 일반화 돼 있다.

㈜피죤 마케팅팀 박길상(35)과장은 "섬유린스는 음이온을 띠고 있는 섬유에 양이온 계면활성제(섬유유연제)를 흡착시켜 전기적으로 중화시키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외출 중에 스커트나 바지가 몸에 들러붙거나 말려 올라가면 임시방편으로 로션이나 크림을 다리나 스타킹에 발라주면 정전기를 없앨 수 있다.

플라스틱으로 된 쓰레받기는 정전기가 잘 생겨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이럴 땐 양초토막을 쓰레받기 앞뒷면에 잘 문질러 주면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구두나 신사복에 정전기 방지기능을 한 상품이 등장했다. 에스콰이어.엘칸토는 구두 밑바닥에 전기가 통하는 신소재를 부착시켰다. 한 켤레에 10만원대.

정전기 방지용 특수섬유로 안감을 넣은 신사복은 코오롱.피에르가르뎅.제일모직 제품의 경우 50만원 정도다.

정전기방지 섬유로 여성의 체위 보정기능까지 더한 비비안 스타킹은 한 켤레에 8천원. 이밖에 옷에 뿌리는 정전기 방지 스프레이(3천3백원), 정전기 방지섬유가 내장된 열쇠고리(2천5백원), 자동차에 부착하는 정전기 유출기(5천원) 등이 나와 있다.

유지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