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총장도 외압 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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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이 외압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검찰총장에게 누가 어떻게 외압을 행사했는지 국민들은 그게 궁금하다.

'신동아 로비' 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자 관련 의혹들을 벗겨낼 단서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최순영(崔淳永)회장의 구명이 주된 목표였던 '신동아 로비' 의 핵심 의혹은 崔회장 자신과 로비스트로 활동한 박시언(朴時彦)씨 등의 로비가 어떤 방식으로 어느 선에까지 미쳤으며, 그것이 당시 검찰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로 압축될 수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은 신동아그룹의 로비도 결국 실패로 끝났다지만, 로비는 집요했고 그것이 한때나마 효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특히 김태정 전 검찰총장이 변호사를 통해 당시 정치권 등 검찰 바깥에서 수사를 중단하거나 崔회장을 불구속해달라고 '외압' 을 넣었다고 밝힌 것은 신동아 로비의 실체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崔회장 자신도 공판과정에서 정치권에 대한 로비를 시사하는 진술을 한 적이 있다. 따라서 검찰수사의 일차적 과제는 누구에게 신동아의 로비가 진행됐는지를 밝혀내는 데 있다고 하겠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에게 압력을 행사하거나 청탁을 할 만한 사람이라면 이 나라에 몇이나 되겠는가.

검찰은 이미 朴씨 조사를 통해 여권의 유력 정치인들을 거명하며 로비 여부를 강도높게 추궁했다고 한다. 그 사람이 누가 됐든 로비의 대상이 됐던 인물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비록 '실패한 로비' 라지만 로비 전모는 확실히 밝혀야 한다. 금감원의 특검 결과 崔회장은 검찰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4월부터 구속된 올 2월까지 50억원이 넘는 돈을 접대비와 기밀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 검찰총장이 밝힌 대로 수사에까지 외압이 있었다면 단순히 친분관계 등을 이용한 구두 로비에만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崔회장의 부인이 고가의 옷을 사면서 로비창구를 만들려고 노력했었던 것처럼 정치권 등 요로의 인사들에게 금품이 뿌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은 이미 누차 강조했듯이 신동아그룹 로비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옷 로비 의혹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밝혀야 제대로 매듭지어질 수 있다. 그러려면 이제는 각종 의혹을 풀 열쇠를 가장 많이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金전총장이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

압력을 행사한 사람들이 누구이고, 검찰수사가 어떻게 영향을 받았으며, 옷 로비 축소의혹은 어떻게 된 것인지, 또 자신은 신동아 로비의혹으로부터 정말 자유로운 것인지 스스로 밝혀 검찰수사를 도와야 한다. 그래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옷' 소동을 빨리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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