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대비 어떤 책 읽을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2000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까지는 앞으로 한달여 남아있어 효과적으로 준비하면 기대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도 있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출제가능한 주제를 뽑아 관련 고전을 발췌해 읽는 것이다.

출제교수들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학계의 이론적 쟁점에 영향을 받는다.

현재 학계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공동체주의' 와 '개인주의' 의 관계다.

개인주의는 모든 사람에게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보편가치를 바탕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동체주의는 각 문화전통이 자율적인 공동체를 구성해 독자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가치.문화의 보편성과 상대성, 나아가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해결방법을 찾는 방법론으로 이어진다.

이 논의는 다양한 주제와 결합해 출제될 수 있다.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이나 '역사주의 빈곤' 등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세기말과 관련, 근대 이후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주제도 쟁점이 되고 있다.

자본주의가 양적으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문명위기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착취적이고 소모적인 발전주의보다 다른 사회양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피터 드러커의 '탈자본주의 사회' ,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 , 울리히 백의 '위험사회' , 자연과 인간의 '대립이 아니라 '조화를 강조한 노자의 '도덕경' 등이 유용할 것이다.

'유토피아' 도 관심거리다.

탈형이상학 시대에 유토피아가 가능한가, 그렇다면 어떤 모습일까, 유토피아는 전체주의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등이 핵심 논제다.

토머스 무어의 '유토피아' ,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 ,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등을 참고하면 바람직하다.

최근 옷로비 사건과 관련, 정치권력의 도덕성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정치의 도덕적 기반을 강조한 고전인 '대학' , 윤리학에 기초한 플라톤의 '정치학' 이 그 핵심을 다루고 있다.

'

과거 권위주의 시기에 자행됐던 고문의 진상이 밝혀지고 있는 최근에는 폭력과 권력의 관계를 다룬 여성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폭력의 세기' 도 한번쯤 접해볼 필요가 있다.

'

시장경쟁을 중심원리로 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기본이론인 '보이지 않는 손' 개념을 확립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 신자유주의의 핵심 논리를 제공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예종에의 길' , 소비가 인간존재를 규정한다고 분석한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 가 관련 주제를 다루고 있다.

황폐화된 시민적 삶을 다룬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 셰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 , 욕망과 인간다움의 실존적 딜레마를 다룬 괴테의 '파우스트' 도 연관해서 읽어둔다면 좋을 것이다.

교육의 위기, 복종과 자유의 관계를 다룬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마녀사냥과 언론.사상의 자유를 흥미있게 전개한 볼테르의 '캉디드' ,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등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자연계의 경우 과학발전으로 인한 환경파괴 등 부작용과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과학의 한계, 과학과 종교의 관계 등 전통적 주제들이 출제될 가능성이 크다.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는 꼭 한번 읽어보고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 베이컨의 '신논리학' 도 참고하는 게 좋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