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기자의 부동산 맥짚기] 분양권 단기매매 '돈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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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오름세를 타던 서울 및 수도권의 아파트값이 추석 이후 줄곳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값이 많이 올랐던 일부 지역은 오히려 5백만~1천만원 가량 내리기도 했다. 매물은 쌓이는데 찾는 사람이 없어 잘 팔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신규 분양 아파트 청약열기는 더없이 뜨겁다. 최근 분양한 경기도 의왕 내손지구의 보라 아파트 34평형 수도권 무주택자 분양분의 경우 최고 1백1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등 서울 및 서울 근교는 전반적으로 강세다.

청약경쟁률이 높다고 해서 계약이 1백%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와 비교할 때 호황세인 것만은 사실이다.

헌집 가격은 떨어지는데 신규 분양 아파트는 왜 인기가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투자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웬만한 아파트는 당첨만 되면 그자리에서 몇천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으니 경쟁이 치열한 것은 당연하다. 대개 사람이 몰리면 분양권 프리미엄도 덩달아 올라 당첨자는 큰 돈을 벌게 된다. 분양권은 전매가 허용돼 살 사람만 있으면 언제든지 팔 수 있어 요즘 인기있는 투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분양권의 프리미엄이 기대이상으로 높은 아파트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분양된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 성복리 L아파트는 환경이 썩 좋지도 않은데도 최고 1억원대의 프리미엄이 붙어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좀 싸 웃돈이 붙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주변 여건을 볼 때 너무 높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주변의 산이 아파트 단지로 변해 분위기가 삭막해지고 생활편의시설.교통편도 좋지 않아 당초 생각했던 전원적인 주거환경은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이 아파트만의 일이 아니다. 상현.죽전.보정.보라리 일대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런데도 이런 아파트에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는 이유는 뭘까. 분양권 전매 허용으로 단기 매매 차익을 노린 자금들이 대거 유입된 때문이다. 물론 전매차익을 노린 가수요와 일부 부동산 업체들의 농간으로 시장이 왜곡돼 상품의 가치가 기대이상으로 부풀려 있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가수요를 잘 이용하면 도리어 돈벌기가 좋다. 사고 파는 타이밍만 잘 맞추면 이런 때가 투자의 적기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부동산업자들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간 큰 낭패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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