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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신행 전농림장관, 뉴라운드 협상에 苦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들은 이번 뉴라운드 협상에서 쌀 시장 개방문제를 다시 들고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쌀과 쇠고기를 바꾼다든가 농산물을 양보하고 공산품을 더 따내는 식의 협상은 피해야 합니다. "

지난 93년 우루과이 라운드(UR) 최종협상 당시 농림부장관으로 정부 수석대표를 맡았던 허신행(許信行)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공사 사장(57.사진)은 "UR 당시 쌀시장 개방을 10년 유예받은 한국에 대해 대다수 농산물 수출국들이 상당히 양보했다고 생각하는 만큼 한국을 다시 공격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 UR를 직접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뉴라운드 협상에 대해 조언한다면.

"국제협상이란 국내 정서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복안과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는 '지피지기(知彼知己)' 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EU.일본의 차관보.국장급의 실무진들을 꾸준히 접촉해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를 알아내지 못하면 상당히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다. 협상 당사자들에 대한 개인적인 배경?파악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 입장을 설명함에 있어 세계 조류에 역행한다는 과보호의 이미지를 줘선 안된다. 타이밍도 필요하다. UR때도 미국과의 협상을 전체협상 종료직전에 타결시켜 다른 나라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

- UR협상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93년 12월 제네바에서 열렸던 마지막 협상 자체는 상당히 양호한 조건을 얻어냈다는 점에서 실패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 무역정세를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지 못해 결국 국민설득에 실패한 것은 실책이라 할 수 있다. 당시 협상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지만 국내에서 좀 더 솔직하고 용기있게 사실 그대로를 알려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쌀 개방 이야기만 나오면 농민들이 반발하니까 누구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었다. "

- 향후 농산물 협상에 대해 조언한다면.22

"지나치게 미국만을 의식하지 말고 농산물 수출국가들의 모임인 케언즈그룹이나 EU 등에 대해서도 꾸준하게 접촉해 설득작업을 벌여 나가야 한다.

쌀과 쇠고기를 바꾸는 식의 품목간 주고 받기식 협상 대신 모든 품목 하나 하나의 경쟁력을 놓고 협상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 득이 된다.

곡물위주로만 보지 말고 돼지고기.과일.채소 등 수출에 강한 농산품도 많은 만큼 이를 잘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수출입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농업은 양보해도 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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