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는 단순히 경제력만 보여줘 “국민의 행복도 반영하자”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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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이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했다. 이번 포럼의 핵심 의제는 ‘새로운 사회 발전 지표의 개발’이다. 국내총생산(GDP) 등의 단편적 경제수치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국가 발전지표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개인의 행복이나 삶의 질을 사회발전의 척도로 삼아야 하며 이를 위한 새로운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삶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 경제는 물론 국민의 행복도를 꼼꼼히 챙겨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OECD와 한국 통계청 주관으로 30일까지 열리는 이 포럼에는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등 103개국에서 2000여 명이 참가했다.

◆“삶의 질과 발전 가능성 평가해야”=국제사회는 통상 GDP를 각국의 발전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한다. 경제 규모만 보여주지만 객관적인 수치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경제력보다는 국민의 ‘행복’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열리는 이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할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삶의 질과 발전의 지속 가능성을 반영하는 새 경제지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GDP를 대체할 행복지수를 만들자”고 역설했을 때 염두에 둔 모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와 아마르티아 센 미 하버드대 교수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의뢰로 1년6개월간 새 지표를 연구했다. 이들이 제시한 ‘삶의 질’ 항목에는 휴가 일수, 평균 기대 수명, 의료 서비스 수준 등이 포함된다. ‘발전의 지속 가능성’ 부문에는 환경보호 수준 등이 반영된다.

이 모델처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지표 중 많이 쓰이는 것은 ‘인간개발지수’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매년 문자해독률, 평균수명, 1인당 실질국민소득 등을 토대로 발표한다.

◆다양한 행복지수=영국의 경제자문단체인 신경제재단(NEF)은 매년 국가별 ‘국민행복지수’를 발표한다. 기대 수명, 삶의 만족도, 환경 오염 정도 등이 주요 평가 대상이다. 주관적 삶의 만족도가 높고 환경 오염 정도가 낮은 중남미 국가의 순위가 높은 게 특징이다.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 연구소’가 발표한 ‘번영 지수’라는 것도 있다. 각국의 경제력뿐만 아니라 교육, 치안, 정치적 안정, 개인의 자유, 사회간접자본 등 국가 발전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다. 최근 발표에서는 핀란드가 1위, 한국이 26위에 올랐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3일 30개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국민행복지수’를 산출해 발표했다. 소득 불평등 정도, 고용률, 기대 수명, 자살률, 빈곤율 등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25위로 나타났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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