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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여성이 '매춘다큐' 만들었다…내달1일 세종문화회관 상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난 매일 밤 꿈을 꿔요. 꿈 속에선 포주가 '단골 왔다, 단골 왔다' 하고 소리치죠. 그때마다 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돼요. " 매매춘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20~40대 '종사' 여성들이 제작위원 겸 출연자까지 맡아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가 다음달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상영된다.

시민단체인 '매매춘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와 다큐멘터리 제작공동체인 '장수하늘소' 가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의 후원으로 지난 5월부터 7개월간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성매매 거리에서 쓴 꿈에 관한 보고서' .

19세 때부터 25년간 매춘생활을 하고 있는 姜자옥(44.가명)씨, 사창가를 탈출한 뒤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지만 10년 뒤 차용증을 들고 찾아온 포주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姜명희(27.가명)씨 등 8명의 매춘 여성이 기획에서부터 장면선택.출연까지 도맡았다.

다큐멘터리는 윤간의 기억 때문에 환각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손님' 을 받을 수 없거나 물건처럼 거래하는 직업소개소에 대한 분노 등 매춘 여성들이 몸소 겪는 악몽의 현실과 함께 그들의 작은 희망도 그리고 있다.

한소리회 유태희(33.여)사무국장은 "매춘 여성들과의 공동작업으로 진솔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다" 며 "이를 통해 그들이 '더러운 창녀' 가 아닌 어린 시절 꿈 많던 소녀이자 우리의 딸.자매임을 느낄 수 있었다" 고 말했다.

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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