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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무선 인터넷 허덕 … 위기에 처한 ‘인터넷 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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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무선 인터넷 분야는 그동안 경쟁상대로 치지도 않았던 일본보다도 훨씬 못한 수준이라고 한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의 아버지인 미국 빈트 서프 박사는 “한국의 모바일 시장 규모가 어떻게 일본보다 작은가”라며 놀라워했다. “모바일이 일본만큼 인기 있고 무선 데이터 통신의 활용도도 세계 최고일 것으로 생각해 왔다”는 것이다. <본지 10월 27일자 e1면>

우리는 이 말에 한국의 인터넷 현주소가 모두 담겨 있다고 본다. 국민들은 물론 해외전문가들조차 ‘한국=인터넷 강국’이라는 허상에 젖어 있다는 것 아닌가. 물론 유선 인터넷 분야에서는 여전히 세계 톱클래스이긴 하다. 인터넷 이용자 수와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 정보통신에 대한 국민 참여, 학교 인터넷 보급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무선 인터넷이다. 일본의 무선 인터넷 이용자는 9000만 명이지만 우리는 500만 명(추정치)에 불과하다. 일본보다 휴대전화를 더 많이 사용하고, 세계에서 최초로 와이브로라고 하는 무선인터넷서비스를 상용화한 나라인데도 이 지경이 됐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인터넷 40년이 유선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40년은 무선 시대라고들 하는 터다. 이런 시장에서 한국이 뒤처져 있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무선 인터넷이 이 모양이니 휴대전화가 고전하는 것도 당연하다. 세계 2, 3위를 차지하는 삼성과 LG전자 덕분에 한국은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생산국이다. 그러나 휴대용 컴퓨터에 전화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사정이 확 달라진다. 애플이 아이폰, 리서치인모션(RIM)이 블랙베리폰 등을 출시해 신시장을 활발히 개척할 동안 우리는 이제 겨우 관련 제품을 출시한 걸음마 수준이다. 그나마 운영체제(OS) 등의 소프트웨어는 자체 개발하지 못한 채 남의 걸 빌려 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정보기술(IT)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국의 한 권위 있는 조사기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IT 산업 경쟁력은 2007년 3위에서 올해 16위로 떨어졌다.

IT 강국이란 명성이 속 빈 강정이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특히 최대 수익원인 음성 통화 수입이 줄어들까봐 모바일 인터넷의 도입을 외면한 통신회사 잘못이 가장 크다. 정부 역시 전략 부재의 상태에서 방조했다. 한때 스마트폰의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위피)을 단말기에 탑재하도록 의무화했던 건 정말 잘못이었다.

뒤늦게나마 무선 인터넷의 중요성을 깨달아 다행이다. 하지만 늦은 만큼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와 업계 모두 한마음이 돼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 특히 정부는 업체들의 추월 노력을 적극 도와야 한다. 복잡한 창업절차를 개선하는 등 겹겹이 쳐져 있는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고, 젊은 인재들의 아이디어가 상품화되기 어려운 벤처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정보통신진흥기금 역시 원래의 취지에 걸맞게 IT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사용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