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평가가 두려운 도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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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충북도에 대한 도의회의 행정사무 감사가 시작된 지난 22일 이후 시민단체와 도의회 간의 갈등이 나흘째 계속됐다.

도내 1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의정참여시민연대가 의정모니터를 통해 상임위 별로 '베스트 의원' 을 선정키로 하자 도의회가 "의원에 대한 성적 평가가 웬말이냐" 며 방청을 막았기 때문이다.

의원 평가를 전제로 한 방청을 불허한다는 도의회의 완강한 방침에도 시민단체 회원들은 25일까지 사흘째 방청 강행을 시도하며 피킷시위에 몸싸움까지 벌였다.

상임위별 '베스트2' 를 뽑기로 했던 계획에서 전체 의원 중 '베스트5' 를 선정키로 한발 물러서 협상을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시민단체는 이제 헌법소원을 내고 도민 여론조사도 실시할 태세다.

그러나 도의회는 평가 불허 입장을 굽히지 않고 청원경찰까지 동원해 이들의 입장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감사일정에 차질이 생겼음은 물론이다.

이에 대한 1차적 책임이 시민단체에 있다 하더라도 평가를 두려워하는 의원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민의 대변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절로 든다.

의원 중에는 질의 항목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거나 조례 등을 꼼꼼히 살피고 분석하느라 밤늦게까지 공부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시민의 권리임을 내세워 의원을 압박하는 시민단체도 뒤돌아볼 점이 없지 않다. 면밀한 채점표를 만들었다지만 일부 회원이 막역한 사이도 아닌 의원들에게 "내게 잘 보여야 할 것" 이라는 투의 실언을 했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공연한 빌미가 됐다.

도의회와 사전 대화가 없었던 점도 의원들의 반감을 샀다.

충분한 사전 조율과 성숙한 대응이 아쉬운 자치 현장이었다.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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