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여왕들의 change stor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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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 “나 살 빼면 어떨 거 같아?”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백영옥 작가의 소설 『다이어트의 여왕』에서 주인공 ‘연두’는 리얼리티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출연 결정을 앞두고 친한 친구에게 묻는다. 무언의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요즘, 정말 살을 빼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케이블 방송 스토리온의 ‘다이어트 워 3’는 리얼 다이어트 프로젝트로 이혼 후 체중이 20kg이나늘었다는 탤런트 이하얀의 방송 복귀작으로 더욱 화제가 되었다. ‘다이어트 워’ 제작에 대한 궁금증과 지난 시즌에서 성공적인 체중감량을 한 다이어트 여왕들의 이야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다이어트 워 3’ 제작진이 밝히는 비하인드 스토리

Q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은 반면, 미의 기준을 무조건 날씬함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도 많다던데?

A ‘다이어트’가 아닌, 감량 이후의 ‘Life change story’ 가 목적이다. 초고도 비만자는 정상적인 사회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을 단순히 날씬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과 자신감을 되찾아 일반적인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하는 것이 방송의 기획 의도다. 그렇기 때문에 오로지 운동과 식이요법만으로 감량하고, 팀 미션과 합숙 같은 인간관계를 쌓는 훈련의 비중도 높은 것이다.

Q 리얼리티 프로그램인데 어디까지가 대본이고 어디까지가 실제 상황인가?

A 메인 미션, 서브 미션, 미션 순위 심사, 탈락자 선정 심사 등 기본적인 틀에 대한 방법과 규칙은 미리 기획된 구성 안에 있다.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본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도록 상황을 구성해 놓으면, 출연자들이 그 상황 속에서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혼자 지내던 사람들이 두 달 동안 합숙하게 되면 갈등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대본에 정확한 멘트가 명시되어 있는 사람은 MC 현영뿐이다. 그외의 미션 중 생기는 상황이나 출연자들의 인터뷰, 합숙소에서의 장면 등은 모두 100% 실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Q 참가 경쟁률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선발 기준은?

A 시즌 3에서는 1000명이 넘는 지원자들이 몰려 90 : 1 정도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니, 경쟁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지원자들 중에서 최종 출연자를 뽑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제작진이 보는 선발의 첫 번째 원칙은 ‘꿈’이다. 단순히 남편에게 잘 보이고 싶다거나 남자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이유가 아닌, 체중 감량 이후 이루고자 하는 삶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갖고 있는 지원자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했다. 인생의 목표를 갖고 있으나 ‘비만’ 때문에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지원자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했던 것이다. 물론 TV 방송인 만큼 재미를 위해 다양한 연령층의 출연자를 선발하고자 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

Q 에피소드 한 회당 소요되는 촬영 시간은?

A 매주 체중을 감량해 가는 진행 과정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한 회의 방송분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일주일간 꼬박 촬영을 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100% 실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을 적절하게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현재 시즌 3에 투입된 PD만 10명이다. 그들이 돌아가면서 촬영과 편집을 반복하고 있고, 야간에는 합숙소 곳곳에 설치해 둔 자동으로 촬영되는 CCTV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한 회의 방송분을 편집하는 데 촬영된 테이프가 1시간짜리 6mm테이프로 200개 정도 나온다.

Q 탤런트 이하얀의 도전이 화제였는데?

A 시즌 3 첫 주의 탤런트 이하얀의 탈락 상황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 주 서브 미션이 주말 장보기였는데, 사온 재료는 다 먹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 이하얀씨가 카레를 사자고 해서 샀는데, 단식으로 다이어트하려는 팀원들이 아무도 먹지 않아 결국 이하얀씨가 혼자서 그 카레를 다 먹었다. 연예인 출신임에도 자신의 사생활을 오픈하면서까지 다이어트에 도전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이 너무 짧아 안타까웠다.


‘다이어트 워’ 출연자들의 ‘살 뺀 후’ 스토리

[case 01 94kg → 54kg] 살찐 여자들의 멘토가 된 최미욱
단 한 번도 날씬한 적이 없었던 어린 시절

인터뷰 전날까지도 문자로 팔뚝 살이 걱정이라며 의상 걱정을 하던 최미욱씨. 실제 보니 한때 90kg이 넘는 몸무게를 유지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슬림해진 모습이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항상 뚱뚱했어요. 정말 한 번도 날씬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도 다른 친구들에 비해 뚱뚱한 편이었는데, 한복을 입고 가야 했던 학교 행사에 어머니 한복을 입고 갔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어요.” 그녀가 다이어트를 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20대 때에는 유행하는 수많은 다이어트에 도전해서 20kg이 넘는 체중이 스프링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경험을 3번 이상 해보기도 했다. 고도 비만인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그녀는 성격이 워낙 밝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살쪘다는 것에 비관하거나 위축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몸이 체중을 버거워했다. 일정 몸무게를 넘어서면 무릎과 허리에 무리가 와서 항상 아팠고 눕거나 기댈 자리만 찾게 되었다.

‘다이어트 워’, 나에게는 천국

“운동하기 힘들지 않았느냐고, 합숙소에서 출연자들과의 갈등은 없었느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사실 ‘다이어트 워’는 저에게 기회이자 천국이었어요.”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했던 그녀는 20대 초반부터 텔레마케터, 의료복지센터 접수원 등 수많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했다. 20대 중반에는 사촌동생과 장사를 시작했는데,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한 결과 서른도 되기 전에 한 동네에 가게를 세 개나 소유한 사장님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좋은 일만 계속 될 수는 없는지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던 지인에게 힘들게 번 돈 3억원을 사기당하면서 그녀의 꿈도 무너져버렸다. 당시 그녀의 몸무게는 100kg이었다. 105 사이즈마저 작아서 입을 옷이 없던 그녀에게 어머니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제발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그 옷을 버리고 오라고 했다. 현실과 떨어져서 다이어트만 생각하면 되는 합숙소가 그녀에게는 정말 천국이었다. 운동도 힘들지 않았고, 다이어트 식단도 맛있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보니 의욕이 넘치는 그녀를 견제하는 출연자들도 있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꼭 변신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다이어트 후유증?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무모한 자신감

최미욱씨가 새로 찾은 직업은 공인중개사. 앉아 있기보다는 하루 종일 직접 발로 뛰는 직업이기 때문에 따로 운동할 필요가 없다. ‘다이어트 워’ 합숙이 막 끝났을 무렵에는 허탈한 마음에 방향을 잡지 못하고 폭식을 하기도 했고, 다시 살을 빼기 위해 하루 종일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생활 속에서 작은 습관부터 하나씩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다이어트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물론 운동과 식이요법도 중요하지만 그녀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생각이나 습관의 변화가 더 크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꼭 실천해야 하는 문구들은 적어놓고 수시로 보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노력한다. “다이어트 후유증이요? 당연히 있죠. 바로 무모한 자신감이에요. 자신감이 생기니까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예전에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주눅 들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주변에서 날씬해지고 예뻐졌다며 칭찬을 많이 해주니까 기운이 나요. 운동하는 것도 신나고, 일하는 것도 신나고, 거울 보는 것도 신나고, 정말 매일 매일 너무 즐거워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case 02 93kg → 57kg]
뮤지컬 무대에 서는 슈퍼탤런트 김정현
슈퍼탤런트라는 꼬리표

김정현은 ‘슈퍼탤런트 출신 미녀’라는 별칭으로, ‘다이어트 워’에 출연해 미스코리아 출신 참가자와 함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때 몸무게가 93kg까지 나갔었지만, 지속적인 다이어트를 통해 현재는 57kg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런 말하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살이 왜 찌는지 몰랐어요. 거의 일정하게 48kg을 유지하고 있었고, 조금만 피곤해도 살이 쉽게 빠지곤 했거든요.” 알려진 것처럼 그녀는 슈퍼탤런트 출신이다. 연예계 생활을 하던 그녀가 살이 찌기 시작한 것은 결혼하고 나서부터. 아버지가 결사반대하던 남자와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고, 그 스트레스로 체중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저는 스트레스를 먹는 거로 푸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아요. 술은 잘 못 마시는 편이라 음식을 마구 먹었는데, 정말 심할 때는 혼자서 갈비 5인분을 먹기도 했고, 매운탕을 큰 냄비 가득 끓여서 한 번에 다 먹기도 했어요. 내 몸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미련했어요.”

살기 위한 다이어트

지난 4월, 그녀는 결국 아들 둘을 키우는 ‘싱글맘’이 되었다. 어린 두 아이와 살아가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했다. 할 줄 아는 일은 연기나 연출밖에 없는데, 아무리 연기가 아닌 연출 쪽 일을 하려고 해도 다른 사람들과 미팅을 하려면 90kg이 넘는 체중은 곤란했다. ‘다이어트 워’ 시즌 2에 출연한 그녀는 첫 주에 탈락을 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 그녀를 둘러싼 근거 없는 소문이 무척 많았다. “제가 카메라 인터뷰만 조금 길게 하고 있어도 저를 보는 눈들이 곱지 않았고, 슈퍼탤런트 출신이라 일부러 뽑았다든가 낙하산이라는 소문도 있었어요.” 탈락하고 난 뒤 오기가 발동해 모질게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철저하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정체기가 찾아와서 하루에 9시간씩 운동을 해도 100g밖에 빠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모질게 마음을 먹고 운동한 결과, 탈락자 중간 점검을 하는 날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을 수 있었다.

무대에서 제2의 인생을 꿈꾸다

“아줌마, 우리 집에는 아줌마한테 맞는 옷 없어요. 나가세요.” 체중이 90kg대이던 어느 날, 옷을 사러 갔다가 문전박대 당한 그날의 기억을 그녀는 절대 잊을 수 없다. 38사이즈의 바지를 입던 김정현씨는 요즘 27사이즈 청바지를 입는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언젠가는 25사이즈 청바지도 입어보고 싶다. “제가 아줌마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제게 어떻게 살 뺐냐고, 알려달라며 고민 상담하면 차마 모른 척을 못하겠더라고요.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예비 신부가 고민 상담을 해서 다이어트 식단을 알려준 적도 있어요.” 그녀는 이러한 고민들을 함께 나누기 위해 9월부터 숀리 트레이너와 함께 온라인 다이어트 사이트 커뮤니티에서 감량 전도사로 활동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10월에는 꿈에 그리던 뮤지컬 무대에 설 예정이다. 아직 작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꽤 오래전부터 다시 무대에 설 날을 위해 꾸준히 연습을 하고 있었다. 배우로 다시 무대에 설 날만 생각하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잠을 자지 않아도 쌩쌩하다며 웃는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여성중앙 9월호

기획_최은초롱(프리랜서) 사진_김황직(studio il) 헤어&메이크업_순수 제품 협찬_아디다스, 리복, 타니타 사진 제공_스토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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