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전 헐값 매각한 국내 기업들 속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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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그동안 구조조정 차원에서 해외 유전을 헐값에 팔아치운 국내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25일 산업자원부 자원개발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국내기업들이 외국업체에 매각한 해외유전지분은 모두 17개 사업장에 달한다. 올 6월말 기준으로 개발진행중인 유전은 모두 20개국 55개 사업장으로, 97년이전에 연평균 70~80개 유전이 개발되던 때와 비교하면 대폭 줄어들었다.

이밖에도 ㈜대우가 보유한 7개유전의 상당수가 매각을 추진하는 등 10여개사가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해외유전사업을 처분하거나 축소하는 이유는 구조조정부담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지난해 하루 석유 3만배럴을 생산하는 이집트 칼다광구의 국내컨소시움 지분(10%)을 현금 확보를 위해 외국업체에 4천만달러에 매각했다.

올 초 SK㈜측도 지분 25%를 갖고 있던 적도기니 유전을 9.4%만 남기고 모두 외국업체에 팔았다.

이집트 칼다유전의 경우 지분매각 직후에 광구 주변에서 대규모 가스층까지 발견돼 한국회사들을 더욱 가슴아프게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부채비율 2백%를 맞추는 것이 급선무여서 돈되는 것부터 팔 수밖에 없었다" 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기업들의 구조조정 부담은 아직도 여전해 원유가가 계속 오른다해도 해외유전개발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상당기간동안 힘들 전망이다.

산자부 권순호 자원개발과장은 "석유확보문제는 국가전략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유전개발사업 포기가 더이상 계속되선 안된다" 며 "석유공사 등 공기업의 유전개발사업 투자를 늘리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도 해외유전사업의 부가가치를 생각해서 성급한 매각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종합상사 서동훈이사는 "최근 예멘 마리브유전(지분 2.45%)에서 거두는 수입이 유가가 오르면서 연초(월30만달러)보다 2배이상 늘어난 월 70만달러로 늘어났다" 면서 "해외자원개발은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해야 한다" 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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