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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개 인간 유전자가 12만개 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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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간의 유전자는 최대 3만개 정도이지만 실제로는 12만여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유전자 분석을 통한 암.백혈병 치료법 개발이 크게 앞당겨질 전망이다.

서울대 농생대 김희발(35) 교수는 1일 "올 초 미국 록펠러 대학 연구진과 함께 인간 유전자의 다양성을 보다 세밀하게 분석하는 기법을 개발했다"며 "이를 통해 인간 유전자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가진다는 사실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 유전자는 최대 3만개 정도이지만 유전자 한 개가 평균 3.7개의 변이(Splicing:세포가 유전자 중 필요한 부분만 뽑아 재배치하는 것)를 일으키는 등 실제로는 유전자 12만개를 가진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인간 유전자 숫자와 변이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유전자들이 어느 정도 다양하게 변이되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이 연구 결과는 1일 세계 5대 권위 학술지의 하나인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에 실렸다.


이번 분석은 같은 유전자에서도 어떻게 변이하느냐에 따라 몇 가지의 유전자 중간물질(mRNA)이 생성되는데 이때 중간물질이 몇 가지인지를 파악하면 유전자당 변이율을 계산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김 교수 팀은 이런 방법으로 인간 유전자 변이가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특히 뇌암.위암 등 각종 암세포의 변이율을 분석한 결과 정상 세포의 유전자 변이율보다 2배 정도 높은 사실을 확인했다. 암 발병이 유전자 변이와 관련성이 크다는 추론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와 함께 고등 생물일수록 유전자 변이가 많이 일어난다는 점도 밝혀졌다. 김 교수 팀이 분석한 결과 생쥐의 유전자는 개당 평균 2.7개, 초파리는 평균 1.3개의 변이가 일어났다. 또 기생충의 일종인 선충은 1.2개의 변이가 발생해 사람의 유전자보다 변이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세대 의대 박국인 교수는 " 이번에 개발된 방법을 이용하면 인간 유전자의 기능과 작용 과정을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정밀한 유전자 치료기술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1991년 서울대 동물자원과학과를 졸업,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동물유전정보학 박사학위를 받고 록펠러대 통계유전학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쳐 지난 2월 서울대 전임강사로 임용됐다.

서울대 농생대 임정묵 교수는 "김 교수의 연구는 질병에 따른 맞춤 치료가 가능해졌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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