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도 위기감…서경원 재수사·박주선비서관 맹비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모난 얘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 자민련 김현욱(金顯煜)사무총장이 25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회견에서 金총장은 작심한 듯 이해찬(李海瓚)전 교육부장관을 비판하고, 검찰의 '서경원 사건 재수사' 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야당 인사의 회견인가 착각할 정도로 그의 대정부 공격은 신랄했다. 게다가 이날은 김대중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신당 창당준비위 결성대회가 열렸다. 당 명예총재인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박태준(朴泰俊.TJ)총재와 사전교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회견 내용이라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

"이해찬 전 장관이 교육 황폐화의 책임을 통감하고 정치적 사과를 해야 한다" 는 그의 비판은 지난 23일의 한국교총 전국교육자대회에서 발생했던 일이 계기가 됐다는 것. 1만여명이 모인 대회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연설할 때면 "이회창" 하는 연호 속에 박수가 터진 반면, 국민회의 이만섭 총재권한대행과 자민련 이태섭(李台燮)부총재의 축사 때는 "우-우" 하는 야유가 나온 장면에 당 지도부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옷 로비 사건 수사에 대해 "특검팀에 제동을 거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국민감정에 비춰 바람직하지 않다" 며 청와대 박주선(朴柱宣)법무비서관을 겨냥했다.

'서경원 사건 재수사' 에 대한 문제 제기는 보다 직설적이었다. "金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명예회복이 된 것" 이라며 재수사 자체를 탐탁지 않아했다.

특히 밀입북으로 엄연히 실정법을 어긴 徐씨가 통일운동가처럼 행세하는 모습은 "국론 분열과 사회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 비난했다.

金총장의 회견은 JP와 TJ의 생각을 종합 정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JP는 이날 국회에서 "徐모(서경원)라는 사람이 요즘 다니면서 하는 언동에 나도 분개하고 있다" 고 토로했다.

이같은 발언들은 '안정 희구 계층' 의 민심 이반현상를 실감한 자민련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 당직자가 전했다.

대표적인 안정 희구층인 교원들을 비롯, 표밭 영향력이 큰 보수적인 중산계층의 비판의식을 수용해 내년 총선을 대비하겠다는 전략적 고려도 작용했다고 한다. 국민회의와의 합당 불가론이 두드러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 형성됐다는 것이다.

전영기.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