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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낸 '크라잉 너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닥쳐!" 라는 후렴구 하나로 90년대말 한국 젊은이의 애창곡이 된 '말 달리자' . 이 노래로 언더밴드로는 처음으로 5만장의 음반판매고를 올리고 CF송과 노래방에도 등장하는 등 큰 인기를 누린 그룹 '크라잉 너트' 가 2집을 발표했다.

2집은 1집에서 보여준 럭비공처럼 통통 튀는 재치와 장난기가 더욱 심해졌다. 발랄하고 신선하지만 가벼움이 자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2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폭넓은 장르의 차용이다.

폴카.보사노바.스카.레게.솔.재즈.블루스.헤비메탈 등 온갖 장르를 뒤범벅했다. 어지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귀를 뚫고 똑딱 단추를 단 이상면(기타), 노랑머리에 빨간 털코트를 걸친 이상혁(드럼)을 비롯, 박윤식(보컬), 한경록(베이스) 네 멤버를 만났다.

- '말 달리자' 에서 '닥쳐!' 가 압권이다. 무슨 의미인가.

"가사 내용 전부가 다른 사람들도 늘 하는 뻔한 얘기다.

우리만의 이야기는 '닥쳐!' 딱 한마디였다.

그래서 더욱 힘을 줘 발음했는데 거기서 젊은이들이 열광을 하더군요"

- 그 노래에서 하려던 말은 그뿐인가.

"그렇다. 사실 우리는 타고 놀 '말(馬)' 만 있으면 좋고 경마장 가서 놀면 그뿐이다. 점잖은 말로 '허무주의자' 다. "

- 이번 음반도 마찬가지인가.

"아니다. 좀 더 세상사를 관조하게 됐고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넣는 등 '성숙' 해졌다. "

- '성숙' 해진 면모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는 펑크밴드로 알려졌지만 사실 펑크는 음악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로운 삶 그 자체다.

'펑크〓3코드 음악' , 이런 틀에 박힌 공식을 부수고 싶었다. 그래서 아는 장르는 모두 집어넣어 개성껏 연주했다. 거기서 성숙미를 느낄 수 있을 거다. 음반 중간에 나오는 발라드 한 곡은 음악이 아니라 코미디다. 잘 만든 코미디는 훌륭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새해 초에 1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록코미디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

- 타이틀곡 '서커스 매직 유랑단' 은 춤곡인 폴카리듬을 써서 이채롭다.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라는 유랑 록밴드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있는데 거기 나오는 러시아 폴카 리듬이 좋아 시도했다. 그 곳 사나이들은 무뚝뚝하지만 느린 폴카 리듬이나 그윽한 저음 노래를 통해 할말을 다한다. 그게 멋져 보였다. "

- 노래 가사들이 기발하고 재미있다. 가사는 어떻게 짓는가.

"멤버들끼리 '뭉궁' '즈구' 등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대화를 즐긴다. 그 중에서 가장 해괴망측한 말만을 엮다보면 가사가 된다. 신기한 건 그렇게 나온 가사가 꽤 재미있는 내용이 된다는 점이다. "

- 앞으로 하고싶은 음악 스타일은.

"주변에 노숙자들이 많은데 그들과 함께 음악을 하고 싶다. 파고다 공원 같은 델 가면 깜짝 놀랄 정도로 기발한 음악을 하는 홈리스들이 많다. 또 허락이 되면 공중목욕탕에서도 연주를 해보고 싶다. 그렇지, 전기기타는 감전이 될 테니까 통기타로 해야겠지…. "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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