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호 "도루왕 게임 끝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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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루로 나가기만 하면 득점하는 선수' '세월을 훔치는 대도'.

프로야구 현대의 외야수 전준호(35.사진)를 표현하는 말이다. 지난달 31일 LG와의 수원 경기는 이 같은 표현이 조금도 과장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했다.

전준호는 선발투수 마이크 피어리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침묵하던 팀 타선의 물꼬를 터 8-2 승리를 이끌어냈다.

0-0이던 3회 말 1사 후에 나온 그는 3루로 굴러가는 절묘한 기습번트를 성공시켜 출루했다. 1루에서 두차례의 견제구를 받았지만 결국 도루를 감행했고, 잠시 후 포수가 공을 더듬는 사이를 놓치지 않고 3루로 뛰었다. 그리고 4번 타자 심정수의 좌전 적시타로 홈인했다. 달리고 또 달려 만들어낸 소중한 1점이었다.

5회에도 노장의 발은 쉬지 않았다. 첫 타자로 나선 전준호는 중전안타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쳤고, 포수가 공을 빠뜨리자 내친 김에 3루까지 뛰었다. 그리고 또 심정수의 좌전 2루타 때 홈인했다. 현대는 전준호를 시작으로 5점을 뽑아내 6-0을 만들었다.

전준호는 이날 3개의 도루를 기록, 올 시즌 49개로 2위인 김주찬(롯데.37개)을 12개 차로 멀찌감치 따돌렸다. 1995년 이후 9년 만에 '도루왕'에 복귀할 것이 확실시된다.

빠른 발이 주무기인 전준호는 91년 프로 데뷔 때부터 도루로 이름을 날렸다. 첫해 19차례 도루를 성공한 그는 2년 뒤 무려 75개의 도루를 기록, 처음 도루왕에 올랐으며 2년 뒤 다시 '왕좌'를 차지했다. 세월은 흘렀지만 전준호의 빠른 발은 시간을 잊은 듯하다. 매년 20개 이상의 도루를 성공, 현재 통산 479개를 기록하고 있다.

전준호의 녹슬지 않은 빠른 발은 성실하고 체계적인 체력관리에서 나온다. 그는 "아직 체력에 문제가 없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식사 등의 생활로 리듬을 잃지 않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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