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진흥원, '통일문학전집' 위한 여론수렴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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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분단 반세기. 서로 남인양 제각각 발전해온 남북한 문학사의 주요작품을 한데 묶는 '통일문학대전집' (가칭)발간 준비가 남한측 문학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한창 진행중이다.

분단 이후 단절된 남북 문학의 성과를 집대성, 문학을 통한 남북한교류활성화 계기를 마련하고자 통일문학대전집 출간사업을 추진해온 한국문예진흥원(원장 차범석)은 오는 26일 진흥원본관강당에서 '남북통일문학전집,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공청회를 열어 그 간의 논의를 공개, 전집 발간에 대한 본격적인 여론수렴에 나선다.

진흥원은 올 봄 김윤식.이선영.임헌영.서인호.권영민.김재용 등 국문학연구자들로 기획위원을 구성, 시기적으로는 45~95년 사이에 나온 작품 중에서 선별하기로 하고, 장르별로는 시 10권.소설 70권.희곡 10권.평론 10권 등 총1백권 (남북한문학 각각 50권씩)규모로 전집을 간행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를 위한 예산으로는 전집발간 첫해가 될 내년의 경우 문예진흥기금 중 3억원을 배정해놓은 상태다.

북한의 문학작품은 80년대 후반 이후 '청춘송가' 등이 간간히 소개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대규모의 전집으로 간행되기는 처음. 진흥원은 유성호.정호웅.신두원.하정일.이상우 등 연구자들로 연구위원을 구성, 해방이후 북한문학작품 총목록 작성 등 전집 발간을 위한 연구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북한작가 인세 공탁 등 실무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도 모색중이다.

전집발간의 관건은 북한작품에 대한 선정 기준 문제. 북한문학전문가인 김재용 원광대교수는 "통독전 독일에서는 분단 후 동독을 선택한 브레히트의 전집 40권을 동서독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편찬한 일이 있지만, 양측 문학가들이 직접 무릎을 맞댈 단계가 못되는 남북한의 경우 남한 문학가들이 작품선정의 주체가 될 수 밖에 없다" 면서 "남한과 다른 북한 문학작품의 특성을 공존의 차원에서 수용하면서도, 바람직한 민족문학 수립을 위한 취사선택을 조화시키는 것이 이번 편찬작업의 관건" 이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한설야.안함광.이태준.전재경 등 정치적으로 숙청되면서 북한문학사의 정전에서 사라진 작가의 작품, 천세봉.박효준.김우철 등 높이 평가받는 작가의 작품이지만 관료주의를 비판한 내용 등으로 북한문학사에서 거론되지 않는 작품 등의 전집수록을 적극 검토해야한단 것이다.

북한문학사에서 양적으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김일성 개인숭배 작품도 선별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교수는 또 60년대 이후 북한문학내부에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정서사시' 장르, 당정책을 작품에 반영하라는 국가의 요구와 현실의 인간 삶을 다루고자하는 작가의 열망 사이의 긴장관계, 북한문학사에 대한 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와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의 미묘한 입장 차이 등 "남한과 다른 북한의 문학현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야한다" 고 덧붙인다.

진흥원측은 그간의 연구결과와 이번 공청회내용을 토대로 내년 1월 중간자료집을 발간, 문학계 안팎의 논의를 이끌어내면서 연내에 전집발간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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