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인건비를 이겨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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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겼던 일본 제조업체가 일본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04년 2월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413개사 가운데 16개 업체가 일본으로 거점을 옮겼거나 이전을 추진 중이다.

'일본 기업의 생산 거점 U턴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1일 낸 삼성경제연구소는 일본 제조업의 '회귀'배경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 생산 혁신으로 제조업 자신감 회복=도요타는 설계.조달.생산 등의 부문에서 '가이젠(改善)'활동을 펼쳐 지난해 1조1620억엔의 순이익을 냈다. 캐논은 '컨베이어벨트 방식'대신 여러 기능을 가진 작업자가 공정을 소화하는 '셀'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였다.

◆ 일본 내 부품.소재와 연계=소니는 대미 수출용 8㎜ 비디오카메라를 중국에서 일부 생산하다 2002년부터 일본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다. 중국보다는 일본에서 고기능.고정밀 부품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 첨단기술 해외 유출 방지=샤프는 지난해 1000억엔을 투자해 미에(三重)현 가메야마(龜山)시에 액정화면(LCD) 공장을 지었다. 자사가 개발한 첨단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샤프는 기밀이 밖으로 새지 않게 아예 특허출원을 포기하는 '블랙박스' 전략을 펴고 있다.

◆ 값비싼 제품은 일본서 생산=마쓰시타전기는 효고(兵庫)현에 세계 최대 규모의 PDP(벽걸이TV용 화면) 공장을 세우고 있다. 중국 공장은 저가 제품을 생산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은 일본에서 생산하겠다는 전략이다.

◆ 내수시장 적기 대응=켄우드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MD플레이어 생산공장을 일본으로 옮겼다. 숙련된 노동력을 바탕으로 판매 동향에 맞게 실제 수요량만 생산함으로써 생산비용을 크게 줄였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값싼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중국 등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면 기술 혁신이 늦춰지고 제조 노하우도 유출된다"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기업도 제조기술을 축적하고 생산방식 혁신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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