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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경비행기 추락 때 낙하산 탈출 왜 어렵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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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근 한국항공대 교수 두명이 경비행기 시험 운항 도중 추락사했다. 경비행기 비행 전문가인 이들은 비상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지 못했을까.아니면 전투기에서 보듯 추락 직전 의자와 함께 비상탈출할 수는 없었을까.많은 의문이 남는다.


레일 위를 달리는 비행기 모형에서 비상탈출 의자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비상탈출 의자를 작동((左)부터)하자 순식간에 의자가 하늘로 튀어 오른다.

항공대 교수들이 경비행기에서 뛰어내리지 못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항공 전문가들의 말이다.경비행기라고는 하지만 시속 200~300㎞를 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염찬홍 박사는 "그렇게 나는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믿고 뛰어 내리다가는 날개나 동체에 부딪쳐 죽기 십상이다. 큰 비행기라면 공기가 빨려들어가는 프로펠러나 엔진으로 흡입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비행기나 승객을 실어나르는 대형 여객기 대부분은 낙하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보통 날개가 달린 비행기는 고장이 났다고쳐도 돌멩이처럼 그 자리에서 떨어지지는 않는다. 새들이 날개를 이용해 부드럽게 땅에 내려앉듯이 시동이 꺼져도 날개를 이용해 어느 정도까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중에 착륙하기 좋은 장소에 불시착하면 된다.

그러나 항공대 교수들은 불행하게도 그럴 여유를 갖지 못할 정도의 어떤 급박한 상황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비행기는 비상탈출용 안전 장치가 거의 장착돼 있지 않다. 전투기에서처럼 조종석과 함께 탈출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전투기의 경우 싸울 때 위쪽에 적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봐야 하기 때문에 조종사 윗부분이 유리문으로 되어 있다. 비상시에는 이 문이 떨어져 나가면서 조종석 밑에 장착된 로켓이 점화되면서 순간적으로 수십m까지 솟구친 뒤 자동으로 펴진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게 되어 있다. 그 덕에 조종사가 탈출할 때 전투기 동체에 부딪치지 않는다. 그러나 경비행기는 위 뚜껑이 없으며, 꽉 막혀 있다.

최근 미국 등에서는 경비행기의 안전을 위해 동체에 낙하산을 달기도 한다. 비상시에 낙하산이 펴져 조종사뿐 아니라 동체까지 안전하게 착륙하게 하자는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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