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선수들, 농구하기가 겁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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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이건 농구장이 아니라 전쟁터로구먼. " 17일 삼성 - 동양의 프로농구 수원 경기를 관전한 농구인들의 개탄이다.

시즌 초반부터 코트 분위기가 달아오르다 못해 살벌해지면서 부상선수가 속출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특히 동양은 세경기만에 만신창이가 됐다. 동양은 투어 챔피언십에서 루키 가드 김상우가 현대의 외국인 선수 로렌조 홀과 부딪치며 왼팔이 골절, 출발부터 심상찮은 조짐을 보였다.

홀과의 악연은 계속돼 14일 대전경기에서는 전희철이 홀의 팔꿈치에 맞아 이마가 7㎝나 찢어졌다. 전은 40바늘이나 꿰매는 중상을 입고도 경기에 나와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동양의 불행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전이 붕대를 칭칭 감고 출전한 삼성전에서 외국인 선수 루이스 로프튼이 2쿼터에 삼성 이창수와 몸싸움을 벌이다 머리를 다쳐 붕대를 감아야 했다.

로프튼은 엉뚱하게도 이창수의 이와 부딪쳐 정수리가 찢어졌다. 전문가들은 홀이나 이창수의 동작에 고의성은 없었다고 본다. 그러나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그만큼 프로농구판이 격렬하다 못해 살벌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올시즌 각팀의 전력차가 줄어들면서 경기는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나치게 의욕이 넘치다 보니 동작이 커지고 무리가 따른다.

이럴 때 뜻하지 않은 부상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더 큰 불행이 발생하기 전에 선수보호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심판들은 경기가 과열되기 전 위험한 동작에 대해서는 단호히 휘슬을 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수 스스로 '동업자 의식' 을 갖고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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