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도쿄에 다섯 번째 ‘고향의 집’ 착공 돕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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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호 12면

기사가 실린 중앙SUNDAY 4월 12일자 지면.

70~80여 년 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 한국인 1세대. 어느덧 타향 땅에서 쓸쓸히 삶을 마치게 된 이들에게 고향의 품 같은 안식처를 마련해 주기 위한 ‘고향의 집’ 짓기 운동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일본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후원운동이 전개돼 왔다. <관계기사 본지 4월 12일자>

재일동포 노인홈 짓기 운동, 국내 후원회 발족

“일본 교회의 목사로서 과거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많은 잘못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은 마음으로 몇몇 일본인과 함께 ‘고향의 집’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고비마다 함께하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사카이·오사카·고베에 이어 올해는 일본의 고도(古都) 교토에 ‘고향의 집’을 완공했습니다. 도쿄에도 ‘고향의 집’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23일 오후 6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 ‘재일동포 고향의 집을 후원하는 모임 발기인 간담회’에서 대한해협을 건너온 미네노 다쓰히로(일본복음주의동맹 전 이사장) 목사는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이날 행사는 사회복지법인 숭실공생복지재단이 공식적인 국내 후원모임을 만들기 위해 기독교계 인사들을 우선 초청한 자리였다. 교회 장로인 탤런트 한인수씨가 사회를 맡았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KEF) 회장 김명혁 강변교회 원로목사, 숭실대 기독교대학원 초대원장 김영한 교수, 숭실공생복지재단 및 숭실대 이사장인 박종순 충신교회 담임목사,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사무총장인 강승삼 목사 등 교계 지도자들은 물론 이윤구 인간성회복추진협의회 총재와 김영진(한·일 기독의원연맹 대표회장) 의원, 스즈키 히로시 주대한민국일본국대사관 공사, 류시문 (주)한맥도시개발 회장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이 운동을 각계각층으로 확산하는 데 적극 돕기로 했다.

‘고향의 집’ 짓기 운동은 숭실공생복지재단의 명예회장이자 일본사회복지법인 ‘마음의 가족’ 이사장인 윤기(67)씨가 죽은 지 13일 만에 발견된 재일동포 노인에 관한 신문기사를 보고 1984년 시작했다. 오랜 세월을 일본인 사이에선 차별받고 고국에선 잊혀진 설움을 곱씹으며 ‘조센징’으로 살았을 재일동포들이 죽음마저 외롭게 맞는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인이 다수인 복지시설은 음식과 환경도 잘 맞지 않았지만 새삼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이들이었다. 이 재일동포 노인들이 온돌방에서 김치를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아리랑도 들어가며 여생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구상한 것이 ‘고향의 집’이었다. 일본인이었던 윤 이사장의 어머니도 오랜 세월 동안 목포에서 고아들을 돌보며 한국인이나 다름없이 살았지만 막상 임종 시엔 일본말로 ‘우메보시(일본의 기본 밑반찬인 매실 장아찌)’를 찾았다고 한다.

윤 이사장의 아사히신문 기고에서부터 시작한 운동은 이후 교계를 중심으로 일본 각계 인사와 민단 관계자들의 후원을 받으며 일본 전역으로 퍼졌다. 89년엔 드디어 사카이에 첫 고향의 집이 문을 열었다. 지난 4월 네 번째로 준공식을 한 교토 시설은 단기 입소자까지 포함, 총 16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윤 이사장은 “이런 노인 홈이 일본에 최소한 10곳은 있어야 한다”며 “내년엔 도쿄 신주쿠 지역에 다섯 번째 고향의 집을 착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문제는 역시 돈이다. 교토 시설만 해도 26억 엔에 이르는 건립비를 일본에서 모은 기부금과 저리 대출 등으로 미처 다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윤 이사장은 “일본인들의 양심에만 호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한국에서도 보다 관심을 갖고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이를 위해 한평회원(1계좌 300만원), 벽돌회원(10만·50만·100만원), 약정 기부금, 정기후원(월 1만·2만·5만원) 등을 모집하고 있다(02-795-7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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