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산업세대 어르신들, 넷세대가 당신들의 스승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디지털 네이티브
 돈 탭스콧 지음
이진원 옮김
비즈니스북스, 632쪽
2만5000원

“내 자식이지만 아예 다른 종(種)의 인간인 것 같다.”

10~20대 자녀를 둔 기성세대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경영컨설턴트인 지은이에 따르면 당신의 아이 혹은 당신의 젊은 직원은 다른 종이 맞다. 그만큼 다르다. 어른들이 말하는 ‘우리 때’하고는 전혀 다른, 디지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로 디지털 네이티브, 즉 넷세대다. 대략 1977~97년생을 가리킨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넷세대도 적잖고, 이미 부모가 된 이들도 생겨났다. 이들을 멍청하다고만 여기는 당신, ‘넷세대 공포증(NGenophobia)’일 가능성이 크다.

2007년 400만 달러를 들여 94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 프로젝트를 지휘한 지은이는 미래가 궁금하다면 넷세대를 잘 들여다보라고 권한다. 조사결과 기성세대들이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안타까워서란다. 이 책은 그런 그가 기성세대를 위해 쓴 넷세대 사용설명서인 동시에 미래예측 보고서다.

우선 디지털 기술이 선사한 환경은 넷세대의 두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이전 세대보다 더 똑똑해졌다는 얘기다. 이들이 부모 세대보다 시각 정보를 더 빨리 처리하며 심지어 게이머 출신 의사들이 수술을 더 잘한다고 한다. 갈수록 IQ가 높아졌다는 근거도 제시한다.

디지털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고 종내는 사고방식의 방향과 속도마저 달라지게 한다. 사진은 디지털로 이미지화한 눈.

더 중요한 것은 디지털 환경이 이들을 ‘어떤 인류’로 바꾸고 있는가다. 책에 따르면 , 넷세대는 그 어느 시대의 인류보다 ▶선택과 자유를 중시하고 ▶개성에 따른 맞춤형을 선호하며 ▶ 협업에 탁월하고 ▶철저한 조사·분석을 즐긴다. 또 부모세대보다 ▶성실성을 중시하고 ▶일과 놀이가 하나가 되길 바라고 ▶속도 ▶혁신을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주도자이자 창조자·플레이어이자 협력자로 성장한 그들을 이해하고 교육제도, 기업문화, 시장환경, 리더십, 정치환경의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인텔 등 최첨단 기업들이 파트타임제, 업무공유제 등을 적극 실시하고 있는 것은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구글 본사는 풀장, 비치발리볼 경기장, 일광욕 테이블, 인공 암벽등반장까지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일을 놀이처럼 즐기고 싶어하고, 혁신을 중시하는 넷세대 특성을 꿰뚫어본 것이다. ‘정보의 홍수’를 몸으로 겪으며 자란 그들은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능력도 탁월하고, 매맞고 자란 부모세대보다 타인에 대해 관대하고 긍정적이다. 이메일·멀티 유저 비디오 게임·온라인 파일공유에 익숙한 이들을 가리켜 저자는 ‘타고난 협력자’들이라고 부른다.

결론은 넷세대 학생을 산업혁명시대의 틀에 박힌 교육으로 가르칠 수 없고, 진부한 업무시스템으로 넷세대 직장인의 성과를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혁명적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대목이다. 교육·기업·정치 분야 전반에 협력적 모델 개발이 시급하단다. 교육? 그의 표현을 빌면 한마디로 ‘강의하지 마라’다. 강의 대신 인터랙티브한 수업 방식을 찾고, 기업은 협력적인 업무 시스템으로 성과를 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기업들은 소비자를 친구처럼 대하며 이들을 생산자로 참여시켜야 한다. 정치에서도 넷세대는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다. “넷세대가 정치에 등을 돌린 건 무관심 때문이 아니다. 정치 시스템이 그들의 성장 배경에 맞게 그들을 포용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 이라고 강조했다. 넷세대와 함께 가려면 기업도 정치도 더욱 투명해져야 한다는 경고다.

탭스콧은 넷세대에 대해 대단히 긍정적이다. 넷세대가 기성세대를 가르치는 ‘세대 덮기(Generation Lap)’를 보란다. 온·오프라인 삶의 균형의 어려움과 사생활 보호의 함정 등 넷세대의 문제를 경고했지만, 이 때문에 과도한 ‘넷세대 찬가’라는 비난을 받을 여지도 있다.

하지만 ‘요즘 젊은것들은…’하고 혀를 차는 대신 그들에게서 긍정적 요소를 찾아내고, 우리 사회 변화의 방향과 대안을 분명히 제시했다. 촌스럽게 들리는 정직·신뢰·협력의 가치가 디지털 시대에 왜 더 중요해지는지도 일깨웠다. 최근에 출간된 트렌드 분석서 중에서는 손에 꼽을 만하다. 33세 이상의 비(非)넷세대에게 권한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