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11층서 한진 3부자 동시 조사…조씨일가 '비운의 하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0일 오전 10시. 조중훈(趙重勳.79)한진그룹 명예회장이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현관에 도착했다.

95년 11월 10일 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 비자금사건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은 지 정확히 4년만이다. 지팡이를 짚고 직원 2명의 부축을 받은 趙명예회장은 "검찰수사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느냐" 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은 뒤 중수부 조사실로 직행했다.

11층 조사실에는 먼저 소환된 장남 양호(대한항공회장)씨와 3남 수호(한진해운사장)씨가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로써 이들 3부자는 검찰 사상 처음으로 피의자 자격으로 소환돼 동시에 조사받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3부자가 함께 머무른 시간은 약 6시간. 수호씨는 조사 48시간만인 이날 오후 4시쯤 귀가했다. 조사 중 이들이 대면하거나 조우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趙명예회장은 주임검사인 김윤성(金允聖)중수3과장이 직접 신문을 맡고 있고 양호씨는 최재경(崔在卿)검사, 수호씨는 오광수 검사가 조사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趙명예회장은 옆방에 대기하고 있는 의료진으로부터 간간이 건강상태를 점검받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상호 확인이 필요한 경우 수사검사가 직접 조사실을 오가며 '간접' 대질신문을 벌이고 있다" 고 말했다.

간접 대질 내용은 크게 ▶조수호 사장이 횡령한 36억원의 사용처(조중훈-조수호)▶趙사장이 증여세 명목으로 가지급한 20억원(조양호-조수호)▶대한항공 탈세 지시 또는 보고경위(조중훈-조양호)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