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전문기자의 부동산 맥짚기] 청약통장 '바로 지금이 쓸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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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청약통장을 빨리 써야 하나, 아니면 좋은 아파트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요즘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주택 관련 정책이 자주 바뀌는데다 경제 상황도 시시각각으로 변해 판단을 잘 못할 경우 낭패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가구주가 아니더라도 만 20세 이상이면 다 민영 아파트 청약자격이 주어지는 청약통장 가입이 허용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1가구에 가구주 한사람만 청약예금 등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배우자는 물론 자녀라도 성인이면 다 통장을 가질 수 있어 그만큼 청약경쟁이 치열해지게 된다.

그뿐만 아니다. 국민주택 재당첨 제한도 없어져 돈 될만한 아파트에는 수많은 청약자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통장 가입자가 많아지면 기존 가입자의 경우 당첨기회가 줄어드는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사실 환란(換亂)의 타격이 심했던 지난해는 청약통장이 무용지물로 전락해 해약사태를 불러오기도 했다. 하도 집이 안팔려 통장이 없어도 원하는 아파트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고 분양가 마저 자율화돼 시세차익이 사라져 통장의 메리트는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들어 상황이 바뀌어 통장 가입자가 늘어나는 추세로 반전됐다. 주택경기가 다소 살아나는 분위기로 바뀐데다 미분양을 우려한 주택업체들이 분양가를 대폭 낮추는 바람에 분양만 받으면 그자리에서 수천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통장이 없으면 청약조차 못하게 되자 통장의 인기가 다시 높아져 1순위 통장의 경우 기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청약통장의 인기행렬이 얼마간 계속될까. 경제여건이 나빠지지 않는 한 당분간 이런 상황은 지속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청약관련 규제완화로 가입자가 크게 늘어 이들이 1순위자가 되는 2년 후엔 효용가치가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는 청약자가 많아지면 아파트를 분양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 만큼 어려워져 지금이라도 청약대열에 합류하는 게 낫다는 얘기가 된다.

저밀도 재건축 아파트를 비롯해 서울 및 수도권 일대에 돈 될만 신규 아파트를 기다리고 있는 수요자들 입장에선 그런 결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 만은 없는 일이므로 일단 베팅을 하고 다시 통장을 만드는 방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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