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작가 울프 모티브 세 여성의 인생 묘사-정명진 번역 '세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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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소설이 소설을 낳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 '의식의 흐름' 을 비롯한 실험적 소설기법을 남기고 주체할 수 없는 열정과 광기 때문에 물에 빠져 죽은 영국작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를 모티브 삼아 가공한 미국소설 '세월' (생각의 나무.7천5백원)이 번역돼 나왔다.

작가 마이클 커닝햄에게 99년도 퓰리쳐상과 펜 포크너상을 동시에 안겨준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시공에 사는 세 여성이 번갈아 각 장의 주인공으로 등장, 각자가 하룻동안 겪은 일을 통해 '세월' , 다시말해 인생의 무늬를 그려낸다.

각각 '울프 부인' '브라운 부인' '댈러웨이 부인' 이란 이름의 이들 세 사람을 연결하는 것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두 명의 '작가' . 하나는 소설의 첫머리인 1941년 강물에 걸어들어가 자살을 기도하는 버지니아 울프, 곧 '울프 부인' 이고 다른 하나는 그로부터 반세기 뒤 문학상 수상을 앞두었지만 에이즈에 걸린 미국 작가 리처드다.

울프의 소설제목이기도 한 '댈러웨이 부인' 은 뉴욕에 사는 리처드의 여자친구 클라리사의 별명. 40년대말 LA에 살고있는 '브라운 부인' 은 후일 리처드의 어머니가 되는 인물이다.

이처럼 다소 복잡한 구성이지만, 세계대전과 세기말을 배경으로 혼돈과 무기력에 부딪히는 인생들을 묘사한 작가의 문체는 지극히 서정적이다. 번역가 정명진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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