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예술의전당은 레슨학원 전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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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예술의전당이 국립 '음악학원' 으로 변신했다. 9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이 신축교사를 마련하면서 연습실을 철수한 예술의전당 음악당 지하 3백82평에 30개 연습실과 강의실을 마련, 지난 1일 '예술의전당 음악영재 아카데미' 의 문을 연 것.

현재 피아노.바이올린.첼로.플루트 등 30대 초반의 강사진 52명이 오디션을 통한 1백35명의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개인 레슨을 실시하고 있다.

음악계에서는 예술의전당이 청소년들에게 클래식 음악의 길잡이 역할을 해줄 교육 프로그램이라면 몰라도 예술계 중.고교와 음대 진학을 목표로 한 입시 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들이다.

음악당 지하는 처음부터 구내식당과 함께 상주 오케스트라 운영에 대비한 연습공간으로 설계된 것. 관객 이용도가 가장 높은 콘서트홀.리사이틀홀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곳에 필요한 것은 관객을 위한 편의시설이다.

예술의전당 음악영재 아카데미는 '21세기 한국을 대표할 연주자 양성' 과 '음성적 전문 음악교육을 양성화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 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주 1회 레슨(50분)에 수강료는 4만5천원, 시간당 강사료는 3만3천원" 이라며 "저렴한 가격에 전문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점" 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래의 연주자 양성보다 시급한 것은 '미래의 관객' 을 개발하는 것이다. 공연장을 가리켜 '예술교육의 센터' 라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음악아카데미' 는 예술의전당이 현재 실시 중인 아마추어를 위한 미술.서예강좌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오히려 남아도는 음악인력들을 활용해 학교 방문연주 등 교육현장에서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뉴욕 링컨센터나 카네기홀, 런던 사우스뱅크센터에서는 대학이나 연주단체와 연계, 교사와 학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면서 미래의 청중을 개발하고 있다.

이장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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