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고생작가 소설 '야간비행' 표절시비 난기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고교생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을 놓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표절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M고 3학년 安혜영(18)양은 H출판사를 통해 '야간비행' 이란 단편소설집을 출간했다. 사춘기에 겪는 우정과 사랑을 담은 安양의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모았다.

이 작품은 지난 8월 교보문고에서 판매부수 9위에 오르는 등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장식했으며, 安양은 10대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다.

이후 安양은 소설 발간과 각종 글짓기대회 수상 등을 특기로 내세워 K대 문예창작과 특수재능 보유자 대입 전형에 원서를 냈다. 학교측은 安양의 재능을 인정, 安양은 1차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부터 安양의 작품에 대한 표절 논란이 시작됐다. 安양의 작품을 읽어본 PC 통신 네티즌들은 " '야간비행' 이 일부 만화작품의 내용을 표절했다" 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은 "작품 곳곳에서 만화작가 柳시진씨의 '쿨핫' 과 金진씨의 '바람의 나라' 와 유사한 내용이 발견된다" 고 주장했다.

게다가 柳씨와 金씨의 팬클럽 회원들이 표절대책위원회를 결성한 뒤 PC 통신에 '야간비행' 과 만화 작품들의 유사한 부분들을 전재했다.

출판사에도 "당장 책을 회수하고 작가는 공식 사과하라" 는 등의 항의 메일을 보내면서 표절 시비가 확산됐다.

이들은 또 "安양이 '야간비행' 으로 대학 특별전형에 합격하는 것은 부당하다" 고 주장하며 K대측에 진정서를 냈다.

출판사측은 네티즌들의 거듭된 항의에 작품을 자체 분석한 결과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 21일 PC통신에 "표절 시비가 일고 있는 '야간비행' 을 전량 회수하는 한편 작가에게도 사과를 요청하겠다" 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安양은 표절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달말 특기자 전형에서 결국 불합격 처리됐다. K대 입학관리팀 관계자는 "安양의 작품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사실이 직접적인 불합격 사유는 아니며 실기.면접 등을 종합평가한 뒤 학교 입시 규정에 따라 처리했을 뿐" 이라고 밝혔다.

安양은 합격자 발표 이후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표절 의혹을 제기한 출판사와 네티즌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安양은 현재 언론 등 외부와 접촉을 끊고 있어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며 安양의 담임 盧모(40)씨는 "安양이 '결코 표절하지 않았다' 고 여러차례 말했다" 고 밝혔다.

한편 표절 시비를 지켜본 한 네티즌은 "문화계 곳곳에서 표절 시비가 일고 있지만 이번 논란은 최근 늘어나는 대학의 특기자 전형과 맞물려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