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씨 수사 뒷얘기] 한화갑총장 검사실서 대기 법조계 "모양새 안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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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가 검찰 조사를 받던 4일 밤 국민회의 한화갑 사무총장이 서울지검 차장검사실과 부장검사실에 머문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韓총장은 이날 오후 11시30분쯤 "조사 중간에 변호사들이 李부총재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며 율사(律士) 출신인 유선호(柳宣浩).박찬주(朴燦柱)의원 등과 함께 정상명(鄭相明)2차장실로 올라갔다.

40여분 후 나타난 韓총장 일행은 청사를 나갔다가 다시 5일 오전 2시30분쯤 권재진(權在珍)형사3부장실로 들어간 뒤 40여분 후 조사를 마친 李부총재와 함께 청사를 빠져나갔다. 韓총장이 李부총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순간 수사팀을 직접 만난 것이다.

韓총장은 이에 대해 "야당시절에도 마중 나가 기다릴 때 부장검사방을 이용했다" 며 "李부총재를 기다리는 동안 그냥 오기가 뭣해 청사 바깥에서 술을 한잔 하고 柳의원 대학동기인 權부장방에서 쉬기도 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모양새가 사나워졌다는 반응이다. 韓총장이 서울지검장을 만났으면 모르되 수사 최일선 부장검사방까지 찾아간 것은 수사의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변호인도 아닌 집권당의 사무총장이 부장검사 방에 앉아 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 이라며 씁쓸해 했다.

검찰은 李부총재가 조사를 받는 동안 차장.부장실이 있는 청사 6층과 5층 출입을 철저히 봉쇄했다. 5층에는 여직원 5~6명이 대기하며 취재진을 막을 정도였다.

5일 鄭차장은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변호인이 참고인 권리를 챙겨주기 위해 찾은 것" 이라며 "부총재가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당 살림을 꾸리는 사무총장이 찾아오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냐" 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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