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 몇 년 더 지속 … 기술·금융주 유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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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볼턴 피델리티인터내셔널 투자부문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다. [피델리티자산운용 제공]

펀드계의 ‘해리 포터’.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앤서니 볼턴(59) 투자부문 대표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그가 운용한 ‘피델리티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가 28년간(1979~2007) 거둔 1만4820%라는 마법 같은 수익률 때문이다. 그는 펀드 운용에서 손을 떼기 직전인 2007년 말 증시 폭락을 예견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엔 “주식을 살 때”라고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이번에 처음 한국을 찾은 그는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이어갔다.

“쉽게 돈 벌 단계가 지나긴 했지만 상승장은 끝나지 않았다. 상승장이 적어도 몇 년은 지속될 테니 지금이라도 주식시장에 들어가라.”

그는 낙관적인 전망의 근거가 될 만한 지표를 여럿 제시했다. 미국의 전체 자산 중 머니마켓펀드(MMF)의 비중은 정상 수준을 한참 웃돈다. 헤지펀드가 얼마나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순시장 노출도’는 아직도 바닥권이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장부가치와 비교해 주가는 지금도 낮은 수준이다. 주식시장으로 돈이 더 들어올 여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여기에 그의 대표적 투자법인 ‘역발상’ 접근법도 더했다. “주변에 여전히 더블딥(이중 침체)을 경계하며 투자를 망설이는 펀드매니저가 있다는 게 (긍정적인 전망을 하는) 잣대”라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상으로 경기 회복세는 탄탄하다”며 “내년에 성장세의 탄력이 조금 떨어진다 해도 다시 침체가 오는 더블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 이번 상승장에선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할까. 그는 우선 상승기를 연말 또는 내년 1분기까지의 1단계와, 그 이후의 2단계로 나눴다.

“상승장의 첫 번째 국면에선 자동차처럼 경기를 타는 소비주가 유망하다. 하지만 내년엔 상승장의 성격이 바뀌면서 기술주와 금융주가 시장을 이끌 거다.” 그에 따르면 기술주는 2000년 거품이 터진 지 10년이 지나면서 이제 오를 때가 됐다. 또 금융주, 특히 은행주는 이전 금융위기 때에도 위기 이후 2~3년간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는 “다만 금융 규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은행보다는 상업은행이 낫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올 들어 큰 수익을 낸 원자재에 대해선 “상승장의 2단계에선 두드러진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이머징 시장만으론 원자재 값을 높게 끌고 갈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정책 수혜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른 녹색 성장주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호재가 있어서 이미 많은 사람이 투자한 종목엔 투자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풍력처럼 정책 비전이 뚜렷한 대체에너지 관련 주는 이미 주식시장에서 높게 평가돼 있어 가치투자 면에서 부정적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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