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불법 방치 않겠다’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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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공무원노조의 불법 행위에 정부가 채찍을 들었다. 노동부가 20일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를 법외노조로 규정하자 행정안전부가 곧바로 “불법 단체가 된 전공노에 대해 엄정 대처하라”고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한 것이다. 전공노는 97개 기초자치단체를 비롯해 125개 지부에 5만여 명의 조합원을 둔 통합공무원노조의 주축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조합비·후원회비의 급여 공제 금지 ▶기존의 단체협약 이행 중단 ▶단체교섭 중지 ▶전공노 전임자 업무 복귀 등을 즉각 시행하도록 했다. 또 다음 달 20일까지 각급 기관이 전공노 지부에 내준 사무실을 회수하고, 노조 현판을 떼도록 했다. 전공노가 불법 단체인 만큼 지원을 완전히 끊도록 한 것이다.

정창섭 행정안전부 1차관은 “정부 방침에 미온적인 기관에 대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행정적·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민공노에 대해서도 11월 9일까지 해직자를 조합원에서 탈퇴시킬 것을 요구하고, 불응하면 전공노와 마찬가지로 법외단체로 규정할 방침이다.

전공노가 법외단체가 되더라도 3개 노조의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법외단체가 되면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기간도 통합공무원노조가 출범하기로 예정된 12월 초까지 2개월이 채 안된다. 손영태 전공노 위원장은 법외노조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다. 노조의 반발이 예상되고 효과도 미미한데 정부가 강경 카드를 꺼내 든 것은 통합공무원노조의 설립과 민주노총 가입에 대한 사전 경고로, 공무원노조의 불법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21일 ‘국가 및 지방공무원의 복무규정과 보수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본지 10월 10일자 2면> 개정안은 공무원이나 공무원 단체가 직무와 관계없이 정치지향적인 목적으로 특정 정책을 주장·반대하거나 국가기관의 정책 결정·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이 근무시간 중 정치적 구호가 담긴 조끼·머리띠·완장을 착용하는 것이 금지된다. 노조 조합비를 급여에서 원천 징수하는 것도 최대 1년 동안 해당 공무원이 서면 동의한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무원과 공무원노조는 시국 선언이나 특정 정당의 이념을 옹호하는 행위, 특정 정당과 연대해 반정부 시위와 집회를 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행안부 김진수 복무담당관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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